올해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첫해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할 전망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순이익의 20%를 현금 배당하겠다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했지만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가 내년에나 앨범을 발매하고 투어에 나올 수 있는 처지여서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태다. 주주환원은커녕 순손실을 피하기 위해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2NE1·지드래곤(GD) 등까지 동원해 실적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YG엔터는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YG엔터가 올해 3분기 4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YG엔터는 올해 1분기 5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2분기에도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YG엔터는 현재 수익을 창출할 만한 아티스트가 부재한 상황이다. 블랙핑크 팀 재계약에는 성공했지만 개인별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개인 아티스트들이 개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앨범 발매나 투어를 하지 못하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블랙핑크의 팀 앨범 발매나 투어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블랙핑크를 대체할 그룹도 변변치 않은 상태다. 2020년 데뷔한 보이그룹 트레저는 인지도가 낮고, 올해 데뷔한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신인인 만큼 수익이 지출되는 비용보다 적은 편이다. 악동뮤지션, 위너 이승훈 등도 블랙핑크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는 올해 들어 25% 하락했다. 블랙핑크 월드투어 효과로 주가가 9만원대를 찍었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이 났다. YG엔터 주가는 올해만 1년 내 최저가를 30번 가까이 경신하며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날도 블랙핑크 로제의 신곡 흥행에 장 초반 4%대 상승했으나 결국 1.5%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선 YG엔터가 올 초 약속했던 주주환원책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YG엔터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최대 20%를 현금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6월 말 YG엔터는 별도 기준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익잉여금은 2089억원에 달하지만 중간 배당을 하지도 않았다.

증권사도 YG엔터의 적정 주가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5일 목표주가를 기존 5만3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9.4% 낮췄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도 각각 15~16%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2NE1./YG엔터테인먼트 제공

YG엔터 창립자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과거 전성기를 함께했던 아티스트에 손을 벌리고 있다. 2009년 데뷔해 2010년 중·후반 인기를 끌었던 2NE1를 컴백시켰고, 15주년 기념 공연을 아시아 투어로 확대해 공연 수익을 극대화했다. 또 블랙핑크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정규 앨범 타이틀곡 작곡에 보이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을 참여시켰다.

증권업계는 내년부터는 YG엔터의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보다는 내년 모멘텀(주가 상승 여력)이 풍부하다”면서 “블랙핑크의 컴백과 대규모 월드투어 시점을 보수적으로 하반기부터 시작한다고 가정해도 2022년 수준의 영업이익까지 회복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