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0일 10시 1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대명소노그룹이 돌연 저가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2대주주의 지분을 샀다. 티웨이항공 2대주주가 된 지 석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창 티웨이항공 적대적 M&A 소문이 돌던 와중에 또 하나의 항공사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보니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노 측은 공식적으로는 “두 회사 다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단지 2대주주에 머물기 위해 지분을 샀을 리는 없다고 본다.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한 후 티웨이항공 경영권까지 확보해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서 회장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다만 서 회장은 설령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측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을 사든가, 아니면 이번에 산 주식을 김 회장 측에 비싸게 되팔아 약 12%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어느 쪽이든 소노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 “소노, 에어프레미아·티웨이 둘 다 사서 합병하는 방안이 베스트”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15일 JC에비에이션제1호유한회사 지분 50%를 약 47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JC에비에이션제1호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로, 현재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소노인터내셔널 입장에서는 에어프레미아 지분 약 11%를 470억원에 산 셈이다. JC에비에이션제1호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도 내년 6월 이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들고 있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의 2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소노인터내셔널을 통해 지분 14.9%를, 계열사 대명소노시즌을 통해 11.87%를 인수했다. 최대주주 예림당 측과 지분율 차이가 3%에 불과하다.
최근 시장에서는 소노가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갖기 위해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소노는 티웨이항공뿐 아니라 이번에 지분 11%를 취득한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도 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러나 서 회장이 두 회사 모두 경영권 인수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실 소노가 티웨이항공 소수지분을 산 것도 대주주 예림당이 지분을 넘길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성훈 예림당 부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이에 난처해진 서 회장이 방향을 선회해 에어프레미아를 먼저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티웨이항공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티웨이항공 주가가 치솟았으니 일단 에어프레미아 지분부터 매수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에어프레미아 지분 매각은 JC파트너스가 AP홀딩스 모르게 은밀히 진행한 것”이라며 “에어프레미아는 내부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JC파트너스에 발을 담그고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한 뒤, 티웨이항공까지 인수해 둘을 합병한다면 에어프레미아의 상장 효과도 누리며 지분율 확대까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AP홀딩스가 우선매수권 포기하면, 지분 68%는 대명소노 다른 계열사에 팔 듯
현재 에어프레미아 대주주는 지분 46%를 보유한 AP홀딩스인데, 이 회사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등이 설립한 회사다. AP홀딩스가 전략 영업 사업개발을, JC파트너스가 운항 정비 경영지원을 맡고 공동 경영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소노가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대주주 측이 지분을 포기해야 하는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경영권 사수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의 향방을 예측하려면 주주들 사이의 복잡한 계약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IB 업계에 따르면 AP홀딩스는 JC에비에이션1호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우선매수권은 기업가치 4700억원에 내년 중 행사할 수 있는데, 만약 이를 포기한다면 JC에비에이션1호가 자기 지분과 AP홀딩스의 보유 지분을 끌어다 함께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드래그얼롱(drag-along)이 발동하는 것이다. 우선매수권과 드래그얼롱의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소노가 JC에비에이션1호의 보유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내년 6월 이후)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하자면, 김정규 회장 등이 지배한 AP홀딩스는 자금을 구해와서 2대주주 JC에비에이션1호의 지분을 먼저 사갈 권리가 있다. 그러면 과반인 68%를 갖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권리를 포기하면 반대로 JC에비에이션1호가 68%를 묶어서 다른 곳에 팔 자격이 생긴다.
주목할 부분은 이 계약 관계 안에서 소노의 위치다. 소노가 이번에 에어프레미아 지분 11%를 470억원에 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기업가치는 약 42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가치 4200억원을 기준으로 산 지분을 4700억원 기준으로 되팔 수 있으니, AP홀딩스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면 소노는 약 11.9%의 이익을 얻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AP홀딩스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노가 JC에비에이션1호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AP홀딩스 지분에 대한 드래그얼롱은 소노가 행사하게 된다. 즉 소노가 AP홀딩스 지분까지 합쳐서 68%를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때까지도 서 회장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여전하다면, 소노는 대명소노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지분 매각 대상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노를 비롯한 복수의 계열사가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지분 68%를 나눠서 보유하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이 JC파트너스 입장에도 최선책이었다고 평가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에어프레미아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려서 회사 측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인수금융도 구하러 다니며 고생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상황에 소노가 등장했고, JC파트너스 입장에선 4700억원엔 못 미치는 몸값에라도 지분을 파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기다렸다면 AP홀딩스가 기업가치 4700억원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JC파트너스 지분을 사줬겠지만, 그러기보다는 이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소노에 빨리 파는 쪽을 선택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