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표에 이상 소견이 하나 둘 늘어나는 걸 볼 때 나이 드는구나 생각이 들어요.” “영양제 같은 건 챙겨 먹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뭐가 좋은지 먼저 찾아보네요.” “노안은 흰 머리 늘어나는 것보다 생활할 때 훨씬 불편하네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 하지만 태어난 해가 같다고 해도 어떤 사람은 유독 젊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비실비실 허약 체질이다. 주민등록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더 어린 비결은 무엇일까.
전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인 일본에서는 요즘 젊어지는 건강 실천 습관인 ‘5분 루틴’이 인기다. 까다롭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당장 오늘부터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노화 이기는 하루 5분 체조
노화를 늦추는 첫 번째 방법은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적으로 줄어드는데, 근육이 많아야 건강하고 활기차게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진다.
약사인 가토마사토시(加藤雅俊)씨는 “인체에서 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은 근육”이라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아 근육 활동이 줄어들면 근육이 감싸고 있는 혈관도 경직되어 혈류까지 나빠진다”고 말했다. 노년기에 근육이 없으면 당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 혈액 속에 쌓이게 되고,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토씨는 “먹는 양은 젊을 때보다 줄었는데 혈당치는 더 올라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근육이 부족해서 신체의 당 흡수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육은 체내에서 당을 흡수해 에너지로 저장하는 창고다. 근육이 적으면 에너지가 부족해서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활동량도 감소한다. 몸이 나른해지고 체력은 떨어져서 점점 더 움직이지 않아 노쇠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요양원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특히 다리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더 많이 감소하는 대표 부위다. 일본에는 ‘노화는 다리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의 저자 김헌경 박사는 “남자는 60대부터, 여자는 50대부터 근력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면서 “미리미리 ‘근육 연금’을 준비해야 나중에 늙어서 요양원 침대 생활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 운동해서 ‘근육자산’ 쌓기
일찍 근(筋)테크를 시작할수록 은행의 복리 이자처럼 노년기 건강 수명이 늘어난다. 하지만 중장년층은 직장과 가정에 바빠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들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가토씨는 집에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면서 근육을 튼튼하게 만드는 ‘하루 5분 체조’를 제안한다. ‘슈퍼맨→플랭크→스쿼트→투명줄넘기→휴식’ 순서로 각각 1분씩 진행된다<그림 참고>.
그는 “다리나 엉덩이 같은 큰 근육을 단련해야 혈당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며 “체조는 가급적 식사 전에 하는 것이 좋고,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년 이후에는 운동을 강도 높게 하기 보다는 빈도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처음부터 1분씩 하기 힘들면 1~5초부터 시작해 매일 1초씩 늘려가거나, 1주일마다 10초씩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10초 운동 후 10초 휴식을 반복하여 1분을 채우는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
근육을 만들기 위해선 재료가 되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토대로 운동을 해야 근육량도 증가하고 근력도 향상된다. 가토씨는 “가급적 매 끼니마다 고기, 달걀, 생선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고 라면이나 샌드위치처럼 단백질이 부족할 수 있는 식사에는 계란프라이나 삶은 달걀을 곁들여 보충해 주라”고 조언했다.
✅탄수화물 대신 아침엔 ‘그린스무디’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인간의 노화 시계는 44세와 60세에 급격하게 빨라진다. 이 시기에 피부 탄력 저하, 신진대사 둔화, 면역력 약화 등 노화의 전형적인 징후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라사와 노화예방의학연구소장인 시라사와다쿠지(白澤卓二) 의학박사는 “44세는 회사에서 관리직이 되어 업무 책임이 커지고 60세는 정년을 앞두고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라며 “업무 환경이나 생활 습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면 노화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60대는 탄수화물 대사에 변화가 생기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산소는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체내에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면 각종 질환과 노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이가 들면 항산화 기능이 약해져서 탄수화물 섭취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젊을 때처럼 제거하지 못한다.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감염 위험을 높이는 등 건강의 적이 되기 쉽다.
중장년층에게 이로운 항산화 건강 식단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시라사와 박사는 “아침 식빵, 점심 국수·파스타, 저녁 쌀밥 등으로 삼시세끼가 전부 탄수화물이라면, 아침 한 끼 정도는 샐러드나 달걀 등으로 대체해 보라”면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녹색 채소로 만드는 ‘그린 스무디’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린스무디는 사과 껍질째 반쪽, 소송채(시금치 혹은 케일 가능) 20g, 두유 혹은 우유 60cc, 물 60cc, 꿀 10g를 믹서에 전부 넣고 갈아 마시는 음료다.
시라사와 박사는 “녹색 채소나 사과를 통째로 먹는 것도 좋지만, 스무디로 만들어 마시면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영양 성분이 더 빠르게 몸에 잘 흡수된다”고 말했다.
7가지 색깔의 채소로 구성된 ‘무지개 샐러드’도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식단이다. 색이 선명한 여름철 채소는 강한 자외선을 많이 받아 항산화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무지개 샐러드에 들어가는 7색 채소는 ‘브로콜리, 단호박, 콜리플라워, 적파프리카, 포도, 표고버섯, 검은깨’다.
그런데 노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나치게 식단을 제한하거나 비싼 영양제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쥰텐도대학 의학부 교수 오쿠무라코우(奥村康)씨는 “이건 안 되고, 저건 이래서 안 된다며 ‘안 돼, 안 돼’를 외치는 건강 상식은 스트레스만 쌓이게 한다”며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당장 뇌출혈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불안한 마음이 오히려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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