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는 기준금리 인하 국면의 수혜주로 꼽히는데, 특히 시가총액이 클수록 연중 수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장 리츠가 신규 자산을 편입하며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도 진행하는 만큼 꾸준한 배당수익률을 유지하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와 거래정지 상태인 에이리츠를 제외한 22개 상장 리츠의 전날까지 평균 연중 수익률은 2.3%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9%가량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같은 리츠라도 시가총액 규모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컸다.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의 전날 기준 평균 연중 수익률은 25.5%였다. ESR켄달스퀘어리츠가 39.2%로 가장 높았고, 이어 SK리츠 24.1%, 롯데리츠 13.3%였다. 반대로 상장 리츠 시가총액 하위 3개 종목인 케이탑리츠, 스타에스엠리츠의 연중 수익률은 평균 -29.4%로 부진했다.

시가총액에 따라 연중수익률 격차가 큰 원인으로 외국인 수급이 꼽힌다. 기본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32%로 높지만, 상장 리츠에선 9.9%로 낮은 편이다. 이런 외국인 수급도 상장 리츠 시가총액 상위 3개사는 19.7%, 하위 3개사는 4.9%로 격차를 보였다. 외국인 매수세가 있는 종목으로 주가 쏠림도 심화한 셈이다.

외국인 수급은 거래량에도 영향을 준다. 시가총액 상위 3개 리츠의 최근 1개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49만9259주였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하위 3개 리츠의 하루 평균 거래량 5만1488주의 10배 육박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상장 리츠의 최대 약점이 낮은 거래량과 유동성인 점을 고려할 때 리츠의 대형화가 시장 전체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대형 리츠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은행 차입뿐 아니라 회사채 발행 등의 선택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SK리츠는 이달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비롯해 올해 3차례 회사채를 발행해 담보대출금을 중도 상환했고, 롯데리츠도 1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리츠 규모를 키우려면 신규 자산을 확보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신주 발행에 따른 리츠 가치 희석을 우려해 주가가 급락할 수 있어서다.

한화리츠가 대표적이다. 한화리츠는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을 한화생명보험으로부터 808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한화리츠는 이를 위해 47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신주를 1억900만주 찍어내는데, 기존 발행주식 수인 7060만주를 웃돈다. 한화리츠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전인 지난달 25일 종가 4910원에서 전날 4245원까지 13.5% 하락했다.

최근 삼성FN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가 유상증자를 마무리했고,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등이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대형 리츠로 성장하기 위해 신규 자산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배당수익률을 유지하는지가 중요한 셈이다. 예를 들어 일본 최대 물류 전문 리츠인 ‘일본 프롤로지스 리츠(Nippon Prologis REIT)’는 2013년 2월 상장 이후 13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진행해 기초자산을 12개에서 59개로 늘렸지만, 올해 평균 배당수익률은 4.06%로 과거 3% 안팎이었던 것보다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