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가 23일까지 31거래일째 이어졌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식 약 12조원어치를 팔았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SSD 교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삼성전자 주가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로 2.43% 오른 5만9100원에 마감했지만, 외국인의 순매도는 이어졌다. 또 지난 16일부터 계속된 ‘5만 전자(5만원대 삼성전자 주가)’도 탈출하지 못했다.

그래픽=김하경

이번에 나타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장기 순매도는 앞서 삼성전자 외국인 순매도 행렬이 발생했던 2022년 3월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3배 가까이 크고, 기간도 더 길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25거래일 동안 4조4217억원을 순매도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미래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또 당시는 SK하이닉스 주가도 함께 내려갔지만, 이번엔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수가 우위다. 삼성전자 나 홀로 맞이한 겨울인 셈이다. 외국인들은 왜 삼성전자를 팔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주가 전망은 어떻게 봐야 할까? 국내 대표 반도체 증시 전문가 세 명에게 물었다.

그래픽=김하경

◇외국인, 그동안 왜 팔았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나같이 묻습니다. ‘도대체 삼성전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기술 초격차로 1등 하던 삼성이 경쟁사에 추월당하고, 엔비디아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도 통과 못하고, 전영현 부회장이 사과문까지 발표를 하느냐’고.”

영국 런던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출장 중인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불신을 갖는 주된 이유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래픽=김하경

“반도체 산업은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겁니다. 지금 연구 개발(R&D)을 시작하면, 빨라야 3~4년 뒤에 결과가 나오죠. 주가는 6개월 이상 선반영하고요. 지금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대규모 이탈 현상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어요.”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은 과거의 삼성전자답지 않은 현재의 삼성전자가 답답하기만 하다”며 “분명 개선은 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시장의 시점에서 보면 너무 느리다”고 말했다.

특히, D램 시장에서는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낸드 시장에서는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김동원 센터장은 “중국은 거대 자본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제재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삼성전자 주가, 당분간 박스권 전망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서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했다가 조금 오르면 파는 방법이나 삼성전자가 근본적으로 변할 때까지 1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방법 등을 삼성전자 투자법으로 제시했다.

다만 센터장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추세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반도체는 변동성이 큰 업종이라 6개월이나 9개월 뒤 갑자기 회사가 체질 개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면 주가는 생각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맞춤형 메모리 반도체인 HBM은 이미 내년 블랙웰 물량까지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간 캐파 조율이 끝났다”며 삼성전자가 당장 엔비디아의 HBM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해도 메인 물량을 가져오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다만 패키징이 바뀌는 6세대 HBM4는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HBM4는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열릴 전망”이라고 했다.

김동원 센터장도 “삼성이 아직도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SK하이닉스와 기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현재 삼성은 엔비디아에는 HBM 공급을 못하고 있지만, 구글이나 아마존 등 빅테크에는 이미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센터장도 “삼성전자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간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