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것에 베팅하는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거래)’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행하면서,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강달러’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 원화는 약세 추세로 달러당 1400원 선 근처까지 올랐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상승과 관세 부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1~2%대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다. 그 와중에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에 방산주가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1400원에 근접하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9원 오른 1380.1원에 마감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80원을 넘은 것은 7월 말 이후 석 달 만이다. 조만간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을 우려도 나온다.
원화 환율은 올 들어 꾸준히 오르다, 지난 4월 장중 1400원을 터치하자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선 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월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이후 1320원대까지 내려갔다.(달러 약세, 원화 강세) 하지만, 20여일만에 60원 가까이 오르며 다시 1380원 선으로 오른 것이다.(달러 강세, 원화 약세)
만약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투자자들은 ‘강달러’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감세, 재정 확대 등을 추구하는 트럼프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국채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할 텐데, 금리가 오르는 데 영향을 받아 달러 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強)달러 부추기는 서학 개미들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더해 한국 증시를 떠나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도 이런 달러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움직임도 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외화증권 보관액은 1379억4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8.3%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미국 외화증권 비율이 74.4%로 가장 높았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0년 초반엔 1000억 달러에 불과하던 해외 증권 투자 규모는 2023년 말 8573억 달러로 약 9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외환 통계 등 실증 분석 결과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는 원화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출렁이는 한국 주식시장
22일 코스피는 1.31% 하락한 2570.70, 코스닥은 2.84% 하락한 738.34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30거래일째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2.20% 하락한 5만77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역대 최장 외국인 순매도 기간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미국의 금리가 급등한 여파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0.11%포인트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정 적자 확대로 인한 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이 반영됐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는 관세를 크게 올릴 것을 공언하는 것도 불안 요소다. 국제금융센터는 “무역은 (트럼프의) 고율 관세 시행 시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트레이드는 업종별로는 다른 영향을 미쳤다. 방산주가 강세를 보이고 신재생 에너지가 약세를 보인 것이다.
22일 방산 업체인 LIG넥스원은 4.13%, 한화시스템은 3.76%, 한국항공우주는 1.62% 상승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에, 당선 시 세계 각국이 방위비를 크게 늘려야 할 것으로 보여 방산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다. 반면, 이날 풍력 타워 제조 기업 씨에스윈드는 5.05%, 태양광 기업 한화솔루션은 3.98%, 수소연료전지 기업 두산퓨얼셀은 3.27% 하락했다. 트럼프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비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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