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을 새 타깃으로 점찍으면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주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 주주행동에 집중하면 에스엠에 대한 기업가치 개선 작업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2월 에스엠 지배구조 개선 캠페인 당시 “주가가 30만원은 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에스엠 주가는 캠페인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16만원으로 고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달 5만5100원까지 내렸던 에스엠 주가는 전날 기준 7만1600원을 기록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아직 에스엠 지분을 1.12%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에스엠 주당 평균 매입 단가는 6만5000원선이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아직 에스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에 대해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유착 관계 해소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럼에도 주가는 힘을 얻지 못했다. 연예기획사 실적 전반이 둔화했을 뿐만 아니라, 현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최근 실적도 부진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에스엠의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65억원, 22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54.9%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시장 평균 기대치인 278억원을 크게 밑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얼라인, 에스엠 지분 있지만… 소극적 행보
얼라인파트너스는 여전히 에스엠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만, 이전처럼 적극적인 주주 제안은 펼치지 않고 있다. 이미 에스엠 주식이 수익권이고, 새 표적인 두산밥캣 주주환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를 믿고 주가 급등기에 뛰어든 투자자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행보다. 한 소액주주는 “카카오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얼라인마저 회사에 큰 관심이 없다면, 당분간 모멘텀은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얼라인 효과’도 사그라든 모양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캠페인에 돌입했던 에스엠과 금융지주사 등의 주가는 캠페인 직후 한 달가량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두산밥캣은 움직임이 둔하다. 지난 18일 장 마감 이후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에 주주서한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지만, 주가는 오히려 5% 하락한 4만850원에 그쳤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는 소액 주주를 등에 업고 주가를 올릴 순 있지만, 결국 언젠가 투자 수익과 명분 사이에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며 “그간 많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전자를 택한 걸 투자자들도 학습한 결과”라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5일 두산밥캣에 주주서한을 보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 교환을 재추진하지 말고, 이를 위해 쓰려고 했던 1조5000억원을 특별 배당할 것 등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를 위해 두산밥캣 주식 100만3500주(지분율 1%)를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