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만두의 CJ제일제당인가,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인가.
식품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2007년 CJ에서 분할 상장 후 줄곧 식품 업계 시가총액 1위를 이어왔던 CJ제일제당은 17년 만인 지난 22일 삼양식품에 왕좌를 내줬다. 바로 다음 날 다시 1위 자리를 되찾긴 했지만,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차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주가는 0.9% 하락한 27만4000원으로 시가총액은 4조1248억원이다. 반면, 삼양식품 주가는 1.10% 하락한 53만8000원으로 시가총액이 4조528억원이다. 불과 720억원 차이다.
◇시가총액 1위 경쟁, 비비고 대 불닭볶음면
지난해 말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3배 차이가 났다. 당시 CJ제일제당의 시가총액은 4조8776억원, 삼양식품은 1조6271억원이었다. 그러나 불과 10개월 만에 이 차이가 좁혀졌다. 올 들어 CJ 제일제당은 주가가 15.17% 하락했지만, 삼양식품은 129.42%나 급증했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DS투자증권은 CJ제일제당이 3분기(7~9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조5000억원, 영업이익 4206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6.2%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기대는 밑돈다. 원인은 국내 사업 부진 여파지만, 해외시장도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피자와 만두 등 주력 제품 점유율 상승으로 달러 기준 5~6% 매출 성장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최근 미국 냉동 식품 시장은 축소되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표 제품인 만두는 팬덤이 있는 식품은 아니다
반면, 삼양식품의 3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7%, 104.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하나증권) 올해 해외 비율이 80%에 육박하는 등 내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수출 기업이기도 하다. “불닭볶음면을 거의 매 끼 먹는다”는 보이 그룹 세븐틴의 원우처럼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최근에는 불닭 소스 사업을 확대하면서 미국 스리라차 소스, 타바스코 소스 같은 핫소스 시장을 노리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 지역(국가)을 넓히는 한편, 미국 내 코스트코, 월마트 외에 대형 마트와 편의점, 수퍼마켓 등으로 판로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전체 라면 수출 매출의 92.6%가 불닭볶음면 매출이라는 점에서 한 제품 의존도가 높다. ‘원 히트 원더(대표작 하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밈(인터넷 유행)’으로 얻은 인기를 지속 가능하게 끌고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규 대어 더본 코리아는 어디까지 갈까
올 하반기 기업 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더본코리아의 시가총액이 어디까지 커질지도 식품 업계를 두고 증권가가 갖는 관심사다. 앞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와의 분쟁 등이 이슈로 떠올랐으나, 백종원 대표가 출연한 흑백요리사가 비영어권 시리즈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백 대표는 지난 8~21일 진행된 기관 대상 투자 설명회(IR)에도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공모가는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며 설정했던 주당 2만3000~2만8000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일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3만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4000억원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설립된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역전우동 등 25개 외식 프랜차이즈 기반으로 해외에서는 14국에서 150여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다만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 중 3분의 1 이상이 빽다방에서 나온다는 점은 투자 심리를 위축하는 요인이다. 역설적으로 백 대표의 높은 인지도도 투자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대표이사의 높은 인지도가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는 강점인 동시에 평판 리스크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