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최근 10만원을 넘어서면서 시가총액이 2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메리츠금융은 KB금융, 신한지주에 이어 삼성생명과 금융주(株) 시총 상위 3, 4위를 다투고 있다.
사실 메리츠금융이 올해도 잘 나갈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동안 메리츠금융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큰돈을 벌었는데, 이젠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다음 먹거리를 찾지 못할 것이란 (다소 기대섞인) 증권가 인사들의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은 어긋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약 77.3% 상승했다. 주가가 종가 기준 지난해 말 5만9100원에서 전 거래일인 25일 10만48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연초 33위였던 시총 순위는 19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KB·신한과 더불어 4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지주(시총 19억원·20위)와 우리금융지주(시총 12조원·33위)를 앞서는 순위다.
메리츠금융의 주가는 지난 2022년 11월 이른바 ‘원(One) 메리츠’ 전환 이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메리츠의 시총은 3조~4조원에 불과했다. ‘원(One) 메리츠’에 따라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요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계열사 간 의사소통 속도가 빨라지고 자금 이동이 수월해졌다. 계열사 중복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도 줄었다.
원 메리츠 전략은 유동성 확보가 절박한 기업이 이전보다 더 메리츠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게 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이다. 경영권 방어가 시급한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한달가량이 걸리는 공모사채보다 조달 과정이 빠른 사모사채를 찍은 것이다.
주목할 점은 조달금리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에 1조원을 빌려주면서 연 6.5% 금리를 받는다. 아무리 사모사채라지만 금리가 높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신용등급 ‘AA+’(안전적) 평가를 받는 고려아연이 공모사채를 발행했을 때 대략 연 3%대 초반 금리가 나올 것을 고려하면 연간 300억원의 이자를 더 내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이런 방식으로 돈을 빌려준 곳은 올해만 해도 고려아연 외에 롯데건설(대출 5000억원), M캐피탈(대출 2800억원), 폴라리스쉬핑(대출 3400억원) 등이 있다.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 지원 펀드를 통해선 연 13% 이자를, 폴라리스쉬핑엔 연 12.5% 금리를 받아냈다. M캐피탈은 고위 관계자들이 비리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음에도 연 9%대 금리로 수천억원을 빌려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엔 MBK파트너스가 들고 있는 홈플러스 리파이낸싱에 참여, 1조3000억원을 연 10% 금리로 빌려줬다.
다른 금융사들은 보통 거액을 빌려주기 위해서 오랜 시간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메리츠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서 이익이 될 만한 거래를 빠르게 따내는 전략을 장기간 사용하고 있다. 자금 조달 일정이 빠듯한 회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메리츠에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이익에 발 빠르게 대처하다 보니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늘고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사 평균보다 3배 정도 높은 3년 연평균 총주주수익률(TSR)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올해 정부의 밸류업(가치 상승) 정책과 맞물려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증권가에서는 메리츠금융 주가가 12만~13만원까지도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원 메리츠’ 전략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그룹 내 리스크 확산 속도 역시 빨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메리츠금융은 메리츠캐피탈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빨간 불’이 켜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메리츠캐피탈의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2000억원을 증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