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해외 투자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최근 중국에서 인도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는 인도에서 가전, 자동차, 헬스케어 등의 분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지금 인도는 2006년 중국과 유사해요. 차이점이라면 중국은 정부가, 인도는 민간이 끌고 나가는 나라예요. 조금 느리지만 우직하게 걸어가지요. 코끼리처럼요.”

국내 1세대 해외 주식 투자 전문가에 속하는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지난 8월 ‘인도 컨슈머 파워, 새로운 미래를 선점하라’라는 책을 출간했다. 지난달엔 그의 해외 투자 노하우를 인도에 적용한 ETF(상장지수펀드)인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와 ‘ACE 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도 상장했다.

현 상무는 1999년 삼성생명의 국내 주식 투자 펀드매니저로 업계에 들어온 후, 2005년 한투운용으로 옮겨 2006년 한투운용 1호 베트남 펀드 매니저를 맡았다. 당시 그가 베트남 펀드 매니저에 지원할 때 회사에서 지원한 사람은 그를 빼곤 아무도 없었다. 국내 증권가에서 아직 ‘해외 투자’라는 말이 낯설 때였다.

“미국인들이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어요. ‘한국도 돈과 경험이 쌓이면 해외 투자 열풍이 불 것이다. 그때는 내 자리가 없을 테니, 지금부터 시작해야겠다’.”

하지만 처음 경험한 베트남 투자에 대해 그는 “단맛, 쓴맛, 금융 위기까지 다 맛봤다”고 했다. 게다가 베트남어를 영어로 통역하며 대화하니 속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런 베트남 투자 경험은 그가 2010년부터 12년간 한투운용의 중국 상하이 리서치 사무소 소장을 지내면서 중국 투자 기업을 발굴할 때 도움이 됐다.

“중국어를 배우며 현지 기업 관계자들을 자주 만났어요.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기도 했죠.”

그렇게 발굴한 투자 기업은 중국국제여행사다. 2014년 그 회사 담당자와 만나 여행사와 면세점 사업에 대해 얘기하는데 과거 한국의 하나투어와 호텔신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을 뒤돌아보며 중국에서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할 때 성장하는 기업을 찾는 ‘투자 타임머신’이란 전략도 만들었다.

이런 전략은 그가 인도 투자에서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처음 인도를 찾았을 때 놀란 건 사방이 공사판이란 것이었다. 중국이 건설 등 내수로 급성장할 때와 같은 모습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그가 최근 출시한 ETF들은 인도의 상위 5대 그룹이나 중국과 유사한 소비 증가 수혜 업종인 가전·자동차·헬스케어 등에 투자한다.

“외국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지수 투자를 많이 해요. 그러나 신흥국에선 잘되는 기업 주가 상승률이 지수를 훨씬 뛰어넘는 경우가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