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대형주 부진으로 이달 들어 코스피는 0.8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0% 넘는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상위 10종목 평균 주가 상승률이 20%를 웃돌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7%를 넘었다. 투자 전략이나 정보 접근성 차이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선호 종목 주가 21% 상승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5일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종목의 평균 주가 등락률은 21.4%였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SK하이닉스(7840억원)는 주가가 15.12%가량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납품 순항 등으로 3분기(7~9월)에 7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순매수 2, 3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B금융도 각각 수출 호조, 배당주 매력이 부각되면서 27%, 24% 넘게 올랐다.
이 외에도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 고려아연, 알테오젠, KT, 우리금융지주, HD한국조선해양, 삼성생명 등을 집중 순매수했다. 이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종목은 HD한국조선해양(6.5%)이었고,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82.12%)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상위 10종목의 평균 주가 등락률 역시 22.8%로 높았다. 현대모비스(1930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는데, 현대모비스 주가는 이 기간 17.9%가량 올랐다. 이 외에 고려아연, 두산에너빌리티, 하이브, 하나금융지주 등을 주로 사들였다.
◇개인들 투자 성적표는 우울
그러나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상위 10종목의 주가 변동률은 -7.9%였다. 10종목 중 9종목의 주가가 내렸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로, 4조4300억원을 사들였지만 주가는 9.11%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의 엔비디아 납품 승인 지연, 올 3분기 실적 쇼크 등으로 주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개인 순매수 2, 3위 종목은 기아와 현대차였는데, 두 종목 모두 주가가 7% 넘게 빠졌다. 개인 순매수 10위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주가만 29.88% 올라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올 초 이후(1월 2일~10월 25일)로 기간을 늘려봐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종목과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82.6% 대 2.9%로 그 격차가 컸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3.24% 하락했다.
◇‘저점 매수’ 몰두에 정보력 차이도 영향
이같이 개인과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는 가장 큰 요인은 ‘투자 전략의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은 주로 저가 매수를 노린 단기 투자 전략이 많다. 그래서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 등 큰손들이 팔고 난 뒤 주가가 저렴해진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경우가 많다. 이달 초부터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1~3위인 삼성전자와 기아, 현대차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1~3위 종목이었다.
또 이렇게 저가 매수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물타기’라고 하며 더 매수하거나 매도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2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 행태’라는 보고서에서 손실이 난 주식은 오래 보유하고 이익이 난 주식은 서둘러 매도하는 경향을 ‘처분 효과’라고 부르며 이 같은 경향이 개인 투자자의 주식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경우 운용 자금이 많고 중장기 투자를 위해서 기업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투자 우선 요소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시장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이 개인 투자자보다 낫다는 것도 수익률 차이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