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시장에서 3분기(7~9월) 어닝 시즌(실적 발표 시기)을 앞두고 ‘M7 회의론’이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M7은 ‘매그니피슨트 7(Magnificent 7)’의 약자로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기업 7곳을 가리킨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AI(인공지능) 붐을 타고 미국 주식 시장의 강세장을 이끌었다.
M7 회의론은 이들의 실적은 여전히 좋지만, 이번 어닝 시즌에서 과거의 기세를 좇아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 나온다. 29일 알파벳, 30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31일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M7 지수, 7월 정점 찍고 2% 하락
M7 수익이 성장하는 속도는 주춤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S&P 500 지수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5대 기업인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의 3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약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P 500기업들의 수익 성장률인 4.3%를 가볍게 넘어서지만, 빅5 입장에선 지난 6분기 중 가장 느린 성장세다. 특히, 지난해 같은 분기에 수익이 약 3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절반쯤 줄어드는 것이다.
앤드류 최 파르나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상승세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 모멘텀 둔화 등이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주가 상승률도 꺾이고 있다. 블룸버그 M7 지수는 연초 22%의 상승세를 기록하다 7월 10일 정점을 찍은 후, 2% 하락했다. 이는 S&P500 내 주요 업종 상승률에 뒤처진 것이다. 같은 기간 유틸리티(전력 등)는 15.7%, 부동산은 13.9%, 금융은 11.3%, 산업 1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정보통신(-1.8%)과 통신서비스(-1.9%) 등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하락 폭이 M7보다 적다.
셋째는 기업별 악재다. 알파벳(구글)은 미 법무부의 독점에 따른 권고로 강제 분할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대한 반응이 변수다. 인베스팅닷컴은 “투자회사 키뱅크는 애플 주력 제품인 아이폰 판매에 대한 우려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고 28일 전했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들어갈 막대한 투자가 이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도 나온다. 3분기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은 AI에 56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52%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기업의 AI 투자가 기술의 미래를 나타낸다는 전제로 매수한다”며 “그러나 소프트웨어 제품에 AI 기능을 통합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의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월가 “M7만 한 주식, 아직 없어”
그러나 이 같은 M7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월가에선 그들의 왕좌는 아직 굳건하다는 평가가 더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의 약 90%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에 ‘매수’ 등급을 매겼다. 알파벳은 83%, 애플은 65%다. S&P 500 기업의 ‘매수’ 의견은 평균 약 53%다.
월가에선 “M7은 평균 이상의 이익 성장, AI 노출, 강한 주가 상승 등의 특징이 있고, 이 정도 수익이 성장하는 지배적인 기업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 실적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M7의 3분기 순익은 S&P500 기업들이 거둔 순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빅테크 기업들이 연말까지도 시장을 주도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 기업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며 “성장이 둔화하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다소 높다는 것은 분명한 리스크이지만 여전히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수익 잠재력도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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