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5000명이 넘어서 가장 많지만, 기아·롯데·포스코·SK·LG·한화·신세계 등 다른 기업들까지 더하면 희망퇴직 대상자는 훨씬 많아요. 고연봉 기업들이어서 연말 풀리는 퇴직금 규모로만 최대 10조원 예상합니다.”(대형 증권사 연금 담당 A씨)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 금융권에서 퇴직금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KT가 대상자가 5700명에 달해 희망퇴직 규모가 가장 크다. KT는 다음 달 4일까지 특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21일쯤 수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통장에 입금할 계획이다.
퇴직금은 거액인 데다 장기로 예치되기 때문에 금융회사마다 퇴직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예비 퇴직자들을 위한 전용 제안서를 만들고, 세미나와 현장 설명회 개최도 준비 중이다. 일부 금융회사는 두둑한 퇴직금을 받을 예비 퇴직자에게 연금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하고, 절세 관련 방문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권, 치열한 연금 계좌 유치전
퇴직금 쓰나미를 앞두고 뜨거운 자금 유치 경쟁이 벌어진 곳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이다. 55세 이전에는 법정 퇴직금을 IRP로만 받을 수 있어서다. 55세가 지나면 퇴직금을 IRP로 받아도 되고, 현금으로 일시금 수령도 가능하다.
IRP는 은행·증권사·보험사 중에서 선택 가입할 수 있다. IRP는 1금융사 1계좌가 원칙으로, 개인이 여러 금융사에 다수 계좌를 보유할 수 있다. 만약 현역 시절에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갖고 있던 IRP로 퇴직금을 받는다면, 기존 개인 납입금과 퇴직금은 계좌 내에서 분리돼 관리된다.
금융회사별 IRP 특성은 뚜렷하다. <연금에센스80>의 저자인 연금 전문가 이창만씨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채권 등 다양한 상품으로 적극 운용하려면 증권사 IRP가 적당하다”면서 “보험사 IRP는 확정형 금리로 장기간 연금을 수령하고 싶을 때 적당하지만 연금 수령 중 상품 운용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IRP는 연금 계좌가 있으면 대출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퇴직금 받을 때 내야 할 세금은
법정 퇴직금이든 특별 희망퇴직금이든,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돈에 대해서는 퇴직 소득세를 내야 한다. 퇴직 소득세는 근속 연수가 길수록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가령 내년 말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3억원을 받는 경우, 근속 기간 10년이면 세금이 4289만원이지만 30년 일했다면 낮은 세율이 적용되어 1085만원으로 낮아진다. 퇴직 소득세는 분류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종합 소득세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시금 수령으로 인한 퇴직 소득세 부담을 덜고 싶다면, IRP나 연금 저축 같은 연금 계좌로 퇴직금을 이체한 다음에 뽑아 쓰는 것이 유리하다. 퇴직금을 연금 계좌로 이체하면 당장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55세가 지나서 연금으로 뽑아 쓰면 되는데,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에 비해 세 부담이 30~40% 줄어든다.
참고로 퇴직금이 원천인 돈은 연금으로 수령해도 사적 연금 과세 기준 소득(1500만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 연금 계좌에서 퇴직금을 운용해서 생긴 수익은 사적 연금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단돈 10만원이라도 바로 수령
연금 전문가 이창만씨는 “퇴직 후에 이직하거나 고문으로 재직해서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퇴직금이 입금되면 소액이라도 연금 수령을 바로 개시하라”고 권한다.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이 넘어야 세금 절감 혜택이 확대(30%→40%)되기 때문이다.
이창만씨는 “퇴직금을 20년 이상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금을 절반으로 깎아 주겠다는 정부 추진 계획도 나와 있다”면서 “퇴직금이 입금되면 단돈 10만원이라도 받아서 유지하다가 실제 연금 수령 11년 차부터 본격적으로 받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만약 만 56세인 직장인이 2024년 10월에 퇴직금을 받았다면 올해가 연금수령 1년차다. 연금을 실제로 수령한 시기가 2024년, 2026년, 2028년이면 2024~2028년으로 5년이 지났지만 실제 연금 수령 연차는 3년이다. 연금을 실제로 수령한 기간이 10년이어야 추가 감면이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본인 포함 부양 가족 의료비는 정해진 연금 수령 한도를 초과해서 인출해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되어 퇴직 소득세 부담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