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직장인인데 17년 근무해서 돈도 꽤 모았습니다. 내 가게 하는 게 로망이어서 창업을 준비 중인데 괜찮을까요?”

“남 밑에서 일하는 건 그만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 버는 50대를 맞이하고 싶은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인가요?”

예비 창업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골 질문들이다. 월급의 굴레, 유리지갑 신세에서 벗어나려는 예비 창업자들은 먼저 모험에 나선 인생 선배들에게 지혜를 구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다. “일한 만큼 벌어가니까 좋다”면서 자유와 성취감이 매력인 창업을 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밖은 레드오션(치열한 경쟁)인데 그냥 회사 다니면서 월급 받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러스트=이철원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 월급을 주는 사장, 과연 둘 중에서 어느 쪽이 가계 재무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일까? 개인의 성향과 인생 목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를 참고하면 좀 더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출발점은 우리나라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가정 재무와 노후 준비 상태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2023년)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살펴 봤다.

✅직장인 50代, 자영업자 40代 소득 최대

작년 기준 1년 이상 일한 상용근로자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비교해 보면, 자영업자가 5억4386만원으로 직장인(4억6489만원)보다 8000만원 가량 많다.

연 소득은 어떨까. 20~30대에는 자영업자 가구가 직장인 가구보다 소득이 훨씬 높지만, 40대부터는 상황이 바뀌어 직장인 가구 소득이 자영업자를 앞지르게 된다<아래 그림 참고>. 자영업자는 40대에서 50대로 가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데 반해, 직장인은 급여가 꾸준히 상승해 50대에 최고점을 찍게 된다. 전체 평균을 내면, 근로자 가구의 연 소득이 8661만원으로 자영업자 가구보다 1760만원 가량 많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한국 직장 문화는 근속 연수와 나이에 비례해 급여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20~30대 직장인은 커리어 초반이라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지만, 승진 등으로 경력을 쌓으면 소득도 점진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직장·자영업 소득 격차 최대 2600만원

연공서열이 뚜렷한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도 늘어나게 된다. 코스피 소속 우량기업 근로자들의 경우, 40~50대가 되면 평균 연봉이 억대에 근접한다.

하지만 진입 문턱이 낮은 자영업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휴·폐업도 많아 지속적인 소득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체력적인 부담도 커진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정기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얻는 경상소득이 연 2500만원 미만인 가구 비율은 자영업자가 11.4%로, 직장인(5.7%)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이런 상황은 직장인과 자영업자 가구의 연령별 소득 격차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40대에는 805만원이었던 직장인과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 격차는 50대 1676만원, 60세 이후 2584만원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커진다.

김진웅 소장은 “자영업자는 거의 모든 비용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받는 데다 임금(인건비)도 전부 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업이 번창하지 않으면 소득 증가율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면서 “퇴직 이후의 중년 창업은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하게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시작하면 낭패 보기 쉽습니다. 차라리 퇴직 이후에 급여가 좀 낮더라도 소소한 제2의 일자리를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하루 종일 매어 있지 않아도 되고, 최저임금이 있어서 최소 월 200은 벌 수 있으니까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희망 노후 생활비, 직장인 월 348만원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예상하는 은퇴 연령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직장인은 66세, 자영업자는 72.7세로, 직장인의 예상 은퇴 시점이 자영업자보다 6.7년 빨랐다. 그런데 직장인은 은퇴 예상 시점이 빠르면서도 노후 생활비는 자영업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희망했다. 적정 생활비 기준으로 직장인 가구는 월 348만원을 희망한 반면, 자영업자 가구는 그보다 적은 월 305만원이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가구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보유 비율은 둘 다 70% 이상으로 높았다. 자영업자는 점포 등 사업장이 필요하니까 부동산 비중이 높을 수 있지만, 직장인 역시 주택 소유를 통한 자산 관리를 선호하는 쪽이었다. 경제 활동 기간이 오래 남은 30~40대 가구와 달리, 은퇴 시점이 임박한 50대 이후 가구는 생활비와 의료비 등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

김진웅 소장은 “조기 은퇴를 희망하면서도 직장인은 소득의 85%를 근로소득에서만 얻고 있다”면서 “이자·배당, 월세 등 다른 소득은 5% 내외에 불과한데, 은퇴 전까지 근로 외 소득을 늘리기 위한 자산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 시장에는 ‘장사를 하려면 목숨을 걸고 하라’는 말이 있다고 하죠. 그만큼 사업으로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돈이 되는 뉴스는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와 함께 하세요. 구독 주소는 www.chosun.com/tag/a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