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네이버웹툰(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나스닥 시장 입성을 계기로 국내 유니콘들의 해외 상장이 다시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상장한 쿠팡과 네이버웹툰 등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벌어 들이지만, 그래도 미국행을 택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밝히는 미국 상장 이유는 “제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야심차게 해외 상장한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된 기업도 부지기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보다 미국 증시의 사이즈가 훨씬 크니,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부진한데, ‘제값 받기 위해 미국 간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니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경쓰여) 다소 낯 뜨겁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7월 30일 정은보 이사장과 유니콘 기업 6곳의 최고경영자가 간담회를 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슬아 컬리 대표, 박준모 무신사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한국거래소 제공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을 추진하던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최근 미국 증시 입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7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를 비롯해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적극적으로 국내 상장 지원을 약속한 지 3개월 만에 전해진 소식이다. 시장에서 토스 기업가치는 10조~2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상장의 주된 목적은 자금 조달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최대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해 주는 시장에 상장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상장 심사도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재무 건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조건도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결국 적자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내세울 수 있는 유니콘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선 해외 상장이 더 나은 선택이 된다.

하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한 국내 기업들의 성적표가 좋지 않아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이 다 통으로 저평가받는 현상이 나타날까 봐 두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2000년대 상장한 두루넷과 미래산업·하나로텔레콤·이머신즈·웹젠·픽셀플러스 등은 모두 상장폐지됐고,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쿠팡(쿠팡Inc)과 네이버웹툰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2021년 3월 한국기업 최초로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 당시 공모가(35달러)의 2배인 7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쿠팡 주가는 2022년 5월 10달러 밑으로 주저앉은 뒤 지지부진한 길을 걷고 있다.

네이버웹툰도 거래 첫날인 6월 27일 공모가(21달러)보다 9.5% 상승한 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8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상장 공모가(21달러)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미국이 아닌 인도 증시에 입성한 현대차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은 인도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사업을 인도에서 영위하는 만큼 인도 상장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상장 첫날인 10월 22일 주가는 공모가(1960루피)보다 7.16% 하회한 1819.6루피에 마쳤다. 1일 기준 1832.05루피에 마감하며 이때보단 소폭 올랐지만, 공모가보다 7% 낮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로 해외 상장을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면서 “최근엔 국내에서만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미국행을 택하는데, 꼭 미국을 가야 한다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잘 수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