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이자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MBK파트너스에 여러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에서 힘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MBK는 최근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과기공의 사모투자(PE) 대형 부문 위탁운용사에 최종 탈락했다. 대신 과기공은 프랙시스캐피탈·프리미어파트너스를 선정했다.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맡기게 된다.

업계에선 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해 공개 매수를 벌이는 데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이 불거진 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적대적 M&A에 연관된 운용사에 공적 자금을 맡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자금이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MBK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잡은 경영권 거래라는 점에서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 경영진 의사에 반하는 공개 매수라는 점에서는 적대적 M&A라는 분석도 있다. MBK 측은 “(과기공 탈락은) 조건이 안 맞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려아연 투자 건 때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근 MBK는 과기공 출자 사업 등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MBK가 해외에서 펀딩난이 이어지자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MBK의 가장 큰 파트너였던 세계적인 ‘큰손’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작년에 평소보다 적은 금액을 출자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CPPIB는 MBK 초기부터 수억 달러씩 출자해준 일등 공신이다. 게다가 올해 CPPIB의 글로벌 사모투자 부문 대표였던 김수이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김 대표와 김병주 MBK 회장은 칼라일에서 함께 근무했다고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여러모로 MBK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