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금값 35만원일 때 애들 돌반지 싹 팔아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자고 했었어요. 아내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해서 포기했는데, 그때 팔아서 주식 샀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40대 회사원 김모씨)
순금 한 돈(3.75g) 가격이 52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金)테크를 둘러싸고 투자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년 전 국내 금값이 40만원을 돌파했을 때 ‘꼭지’라고 생각해서 처분했던 사람들은 너무 일찍 팔았다고 아쉬워한다. 가계 자산을 예금과 주식 위주로 갖고 있던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금 투자를 늘려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다.
금테크에 일찍 눈떴던 투자자들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20대 회사원인 C씨는 “월급 받아서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중고 거래 시장에서 금붙이를 사 모았다”면서 “각국 정부 부채 증가로 금융 위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금은 계속 좋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C씨는 훗날 결혼해서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으로 금을 장기 보유할 생각이다.
<골드플레이션>의 저자 조규원씨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금값이 오르는데, 평균적으로 약 10년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이번 금의 수퍼사이클(초강세장)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골드바, 본전 되려면 15% 올라야
금 투자는 골드뱅킹, KRX 금시장, 국내외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단이 매우 다양하다. 그래도 전통적인 금 투자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바로 금은방에서 골드바(금괴) 같은 금 실물을 사서 안방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 실물은 거래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단기 투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처음 살 때 부가세를 10% 내야 해서 사자 마자 10% 손실을 보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 세공비와 거래 수수료 등으로 5% 가량 비용이 더 들기도 한다. 금은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가 10~15% 정도로 큰 것도 부담이다. 다시 말하면,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생각에 생각 없이 거래했다간 단 하루 만에 30%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금 투자 전문가 조규원 씨는 골드바 같은 금 실물 투자만의 장점이 있다면서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금 실물에 투자하면 가격 변동에 둔감해져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10돈짜리 금덩이를 샀는데 당장 내일 금값이 급락한다고 해서 9돈이 되진 않잖아요. ETF 같은 금융자산으로 금에 투자하면 상장 폐지나 정부 통제 등과 같은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지만 금 실물은 그런 리스크에서 자유롭죠.”
금 실물에 투자할 때의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개인 간 중고 거래가 꼽힌다. 하지만 거래하는 상품이 진품이라는 보장이 없는 데다 거래 시세가 정확한지 일반인이 알기 어렵고, 장물 거래 등 범죄 노출 가능성 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골드바는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금고에 모아 둘 목적이라면 세공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큰 덩어리 형태가 유리하다.
금융회사에서 파는 골드바 중에 가장 큰 사이즈는 중량 12.5kg짜리다. 지난 2018년 하나은행이 국내 금융회사 중에선 처음 출시했다. 가로 25.4cm, 세로 5.5cm, 높이 4.2cm의 직육면체 모양이다. 당시 가격이 6억~6억5000만원으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어 ‘APT골드바’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지금 ‘APT골드바’ 가격은 얼마나 할까. 2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현재 APT골드바의 구매 가격은 18억원 정도라고 한다. 참고로 금 실물은 차익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中 ‘번영할 때는 옥(玉), 어려울 때는 금(金)’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이 좋지 않은 중국에선 현재 금이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요즘 중국인들의 주요 재테크 수단은 금과 채권”이라면서 “원래 금은 중년층 이상이 주요 소비 계층이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까지 재테크 목적에서 금을 많이 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뉴욕타임스(NYT)도 “중국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을 사들이고 있다(China is buying Gold like there’s no tomorrow)”며 중국의 금 사재기 현황을 보도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 사는 한 직장인은 “옛말에 ‘어려울 때는 금, 번영할 때는 옥(乱世藏金 盛世藏玉)’이라고 했는데, 최근 세상이 더 혼란해지는 것을 보면서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고 있다”고 했다.
중국인들의 금 사랑 여파로, 지난 달 중국의 금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은 사상 처음 100톤을 돌파했다. 올해 1~9월 기준 중국의 금 ETF 보유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금은 똑같은 무게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발품을 꼭 팔아야 해요. 돈 굴리기는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와 함께 하세요. 구독 주소는 www.chosun.com/tag/a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