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석 달 전 선보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동일가중 상장지수펀드(ETF)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동일가중은 지수 구성 종목 중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비율로 ETF에 편입한 상품이다. 이 ETF의 3개월 수익률을 보면 동일가중 ETF가 시가총액에 비례해 편입 비중에 차이를 두는 일반 ETF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동일가중 ETF의 수익이 더 높을 것이란 기대와 반대되는 결과다.

일각에선 아직 상장한 지 몇 달 안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의 수익률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변호도 나온다. 동일가중형은 장기로 갈수록 유리한데, 업계에선 앞으로 펼쳐질 금리 인하기에 동일가중형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상장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동일가중형) ETF의 1주, 1개월, 3개월 수익률(이달 1일 기준) 모두 TIGER 미국S&P500(일반형) ETF에 뒤처졌다. 동일가중형의 수익률은 차례로 ▲마이너스(-) 1.05% ▲5.07% ▲5.21%, 일반형은 ▲–0.56% ▲7.00% ▲6.61%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야심 차게 출시한 신상품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형과 동일가중형은 구성종목은 똑같지만 편입 비율이 다르다. 일반형은 ETF에 종목을 담을 때 시총이 큰 종목의 편입 비율을 높인다. S&P500지수에서 애플의 시총 비중이 7%가량이면 ETF 편입 비율도 7%로 맞추는 식이다. 미국의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S&P500 구성 종목 중 시총이 가장 낮다시피 해 ETF에 0.01%만 들어갔다.

이에 반해 동일가중형은 S&P500지수에 포함된 500개 종목을 모두 0.2%씩 담는다. 애플과 파라마운트 글로벌에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편입 비중이 0.2%를 넘길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리밸런싱(자산 편입 비중 재조정)을 하는 날에 그간 주가가 오른 종목은 팔고, 내린 종목은 더 사서 다시 0.2%로 비중을 맞춘다. 기계적인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동일가중형 ETF의 리밸런싱 날짜를 S&P500지수 리밸런싱일에 맞췄다. 매년 1, 4, 7, 10월 셋째 주 금요일에 자산들의 편입 비중이 0.2%로 맞춰진다. 현재처럼 연 4번 하는 리밸런싱을 3번이나 2번으로 줄이면 주가 상승 종목의 수혜를 그대로 누릴 수 있지만, S&P500종목에서 편출된 종목을 그대로 들고 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S&P500지수 자체에 새로 편입되거나 편출된 종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ETF 리밸런싱 날짜를 지수와 동일하게 설정했다.

동일가중이라는 특성상 중소형 주식을 일반형보다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이 덕분에 장기 성과가 더 좋기도 하다. 2003년 1월부터 2023년 말까지 S&P500은 691% 올랐는데, S&P500동일가중은 834% 뛰었다. 중소형주가 주도주가 되는 과정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데 이때 기계적 매매인 리밸런싱 효과가 크게 나타난 덕이다.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가 뒷걸음질 치는 하락장에서도 동일가중형이 일반형보다 유리하기도 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땐 중소형주보다 시총 상위 종목의 주가가 더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형주의 비중이 낮은) 동일가중형이 시장 상황에 더 방어를 잘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지수인 코스피에서도 동일가중형이 장기로 갈 수록 일반형과 수익률을 벌렸다. 최근 1년 TIGER200 동일가중의 수익률은 19.16%로 일반형(12.12%)보다 약 7%포인트(P) 높았다.

금리 인하기에서도 통상 동일가중형이 유리하다. 대형주는 금리가 낮아지는 구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 조달이 가능해 금리 인하가 비교적 큰 호재는 아니다. 하지만 조달 채널이 제한된 중소형주는 금리 인하로 자본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 활동을 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금리 인하라는 요소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다만 대형주가 급등할 땐 동일가중형이 불리하다. 동일가중형은 주가가 오르면 이를 오롯이 갖고 있는 게 아니라 0.2%만 남기고 팔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시총 10위 종목인 테슬라가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후 일주일간 20% 이상 오른 상황에선 일반형의 수익률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거래량이 적다는 점도 투자 걸림돌이다. 10월 한 달간 TIGER S&P500동일가중의 거래량(1103만주)은 일반형(1억2168만주)의 10분의 1 수준이다. 코스피는 더 심하다. TIGER200동일가중의 거래량(11만주)은 일반형(2607만주)의 200분의 1이다.

투자자들이 동일가중형보다 일반형을 더 찾는다는 얘긴데, 문제는 거래량이 저조하면 물량이 없어 원하는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없다는 점이다. 매매하려는 주식 수가 적으면 유동성공급자(LP)가 있어 괜찮지만 대량 매매할 경우 더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정 대형주가 시장을 끌고 가는 구간엔 일반형이 낫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동일가중형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