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뉴스1

금융감독원이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담당한 KB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검사는 두 증권사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당시 유상증자 계획을 알고 있었으면서 이를 묵인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 검사 인력을 파견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미래에셋증권에 현장 검사를 나간 데에 이은 조치다.

두 증권사는 지난달 있었던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사무취급자였는데, 같은 달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모집주선회사이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빚을 갚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겠다며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공시했는데, 시기가 문제가 됐다. 이때는 공개매수(지난달 4~23일)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기간이어서다.

당시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하면서 앞으로 재무 구조 변경이 일어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매수 후에도 향후 재무 변동이 없었다고 했으면서 뒤에선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했던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부정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실사 시기를 착오했다는 해명을 내놨으나, 금감원은 그렇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의 주장대로 지난달 23일 이후에 유상증자를 확정했다면 발표 시기를 고려했을 때 4거래일 만에 모든 결정이 이뤄진 것이 돼서다.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데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있었던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회계 심사와 감리, 검사, 조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발된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행정조치와 함께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