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70.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이 곳에 주말마다 긴 줄이 섭니다. 이 곳은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키스’의 국내 1호 매장. 그 옆에는 키스에서 만든 아이스크림 브랜드 ‘트리츠’, 옥상에는 뉴욕에서 온 레스토랑 ‘사델스’가 있습니다.
트리츠는 블랙핑크 제니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집입니다. 최근 젊은 층을 휩쓴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처럼, 씨리얼과 과자 등 좋아하는 것들을 넣어 먹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키스는 왜 입구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넣었을까요? 옥상에는 왜 사델스를 입점시켰을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스물 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1>입문용 매장으로는 아이스크림집!
키스는 2011년 미국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인 로니 피그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어릴 적부터 ‘스니커즈’를 좋아했던 그는 캐주얼 브랜드도 편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키스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힙한 패션 브랜드 매장에 들어갈 때 여러분 기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살짝 위축됩니다. 왠지 옷도 멋지게 입고 가야할 것 같고, 직원에게 “신상 모델 STEWRS(가상) 있나요?” 등의 멘트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지요. 모델처럼 멋진 직원이 “잘 어울리세요!”라고 하면 그 말을 거부할 순 없을 것 같긴 하고요.
그러나 아이스크림집은 다릅니다. 어느 아이스크림 집에나 제 취향 하나 정도는 있습니다. 가격도 (비싸긴 하지만 옷에 비하면) ‘비싸 봤자!’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들지요. 브랜드 매장에 정식 입장을 하기 전 그 브랜드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시식 코너입니다.
트리츠는 피그 창업자가 2015년 브루클린 매장을 리모델링하며 넣은 가게입니다. 본인이 시리얼을 너무 좋아해 시리얼과 우유,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트리츠의 굿즈(물품) 등은 키스 브랜드를 구매하기 전 ‘입문용’으로 좋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은 매장별 특색을 나타내기 가장 쉬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국내 트리츠에는 한국에서만 맛 볼수 있는 흑임자, 맥심믹스커피, 홈런볼, 죠리퐁 등을 넣은 메뉴들이 있습니다. 흑임자가 들어간 아이스크림 이름은 ‘더 임자’, 홈런볼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이름은 ‘더 홈런’이지요. 다른 나라 키스 매장을 가더라도 그 나라의 디저트 맛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습니다.
<2>패션 매장 옥상에 브런치 가게를 둔 이유는?
최근 유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 입점을 완료했습니다. 슈프림과 스투시는 도산공원으로, 키스와 휴먼 메이드는 성수로 왔습니다. 키스는 성수에 매장을 오픈하며 뉴욕 유명 레스토랑인 ‘사델스’를 함께 데리고 왔습니다.
사델스는 2015년 뉴욕 맨해튼 소호에 첫 매장을 연 브런치 가게 입니다. 베이글과 연어가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로니 피그 창업자와도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피그는 이후 ‘키스 파리’ 매장을 열며 사델스를 함께 들고 옵니다. 뉴욕의 문화에 ‘맛’을 빼놓을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이후 마이애미, 토론토 등에 이어 서울 성수동에도 함께 입점했습니다.
피그가 사델스를 키스 매장에 입점한 것은 백화점의 식당 코너와 비슷합니다. 키스는 옷을 입어보고 사기만 하는 매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한 키스 제품들은 마치 미술품처럼 전시돼 있습니다. 그 작품을 즐기고, 착용하고, 그 내부의 음악도 들어보며 느끼게 돼 있습니다. 그러다 배가 고플 때 다른 매장으로 가지 말라고 발걸음을 붙잡는 것이지요. 누구나 배가 부를 때 지갑은 더욱 열리기 마련이니깐요.
<3>성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인정한 키스?
성수동 주민으로서도 사델스의 등장은 기쁜 소식입니다. 성수동은 다른 번화가와 비교해 루프탑과 브런치 맛집이 적기로 유명합니다. 사델스에서 내려다본 성수동은 왜 이곳이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지 알게 합니다.
최근 한국을 방한한 뉴질랜드 와인 실레니의 와인 메이커인 헬렌 모리슨과 실레니 설립자 아들이자 아시아 총괄 디렉터인 사이먼 에이버리는 “사델스에서 내려다본 성수동의 풍경은 굉장히 유니크하다”며 “뉴욕 브루클린 같은 힙함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실레니는 사델스에 입점돼 있는 와인입니다. 로고를 물을 상징하는 역삼각형과 태양과 흙을 상징하는 원의 조화로 만들만큼 ‘젊은 감각’을 중시합니다. 그들이 사델스 성수에 실레니를 입점한 것도 이런 추구하는 이미지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습니다. “더 이상 스트리트 패션은 힙하지 않다”는 말들도 나왔지요. 그러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더 이상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트렌디 함을 지나 클래식이 되고 있지요. 그 가능성을 키스 성수 매장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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