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추고 있다. 2017년 20%대였던 국내 주식 비중은 현재(지난 8월 말) 13.2%까지 낮아졌다. 국내 주요 기업의 최대주주 지위에서도 내려오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국내 기업은 5곳(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네이버·포스코홀딩스)으로 2021년(9곳)의 반토막 수준이 됐다.
이는 국민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기대 수익률이 큰 해외 주식 투자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비중은 34.2%로 국내 주식의 두 배가 넘는다.
그렇다보니 개미들 사이에선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해가는 국민연금을 향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가 자신들의 수익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논리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국민연금이 내가 낸 보험료로 내 (주식)계좌를 망치고 있다”라는 식의 비판글이 수두룩하다.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는데도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큰손’ 국민연금 역할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공적연금(GPIF)이 자국 주식을 대량 매집해 증시 부양에 힘을 실어줬듯 국민연금도 구원투수로 나와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최장수 이사장(2009~2013년)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와 진행한 3부작 강의의 마지막 편에서 평소 애정이 큰 국민연금을 주제로 다뤘다.
그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미국 주식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한국 주식에 비해 미국 주식 수익률이 높은데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는 수탁자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 0.21%, 해외주식 11.96%로 격차가 크다.
이어 국내 주식 비중이 높으면 향후 연금 고갈 시기가 왔을 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금 지급을 위해 보유한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정리하게 되면 증시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한국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큰손’ 국민연금이 등판해야 한다는 역할론에 대해선 어떤 입장일까. 예컨대 일본 공적연금(GPIF)은 장기 침체에 빠진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자국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 2010년 말 11.5%에서 25%로 두 배 넘게 높였다. 이는 작년 도쿄거래소의 밸류업 드라이브, 미국 증시 훈풍 등과 맞물려 일본 증시를 밀어올렸다. 올 2월 일본 닛케이 지수는 34년 만에 버블 시기 세웠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전광우 이사장의 전체 강연 영상은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게 된 배경과 일본 GPIF와의 비교,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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