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밸류업(가치 개선)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탄생한 지 한 달여 만에 이를 바탕으로 하는 투자 상품인 ETF(상장지수펀드) 12종과 ETN(상장지수증권) 1종이 4일 일제히 출시됐다. 상장 규모는 약 5000억원이다.
지난 9월 30일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4일까지 1.4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0.17% 하락)보다는 높지만,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다. 관련 ETF, ETN 출시로 신규 자금이 들어와 밸류업 지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금융 넣고, 고려아연 빼고
ETF 중 3개는 액티브형이다. 액티브형은 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해서 밸류업 지수보다 높은 운용 성과를 목표로 한다. 그러다 보니 밸류업 지수를 기준으로 해서 저평가됐거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개선된 종목은 비중을 확대하고, 고평가됐거나 펀더멘털이 하강한 종목은 비중을 축소했다. 또 새롭게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선제적으로 편입했다.
대표적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코리아밸류업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는 밸류업 지수에서 탈락한 KB금융, NH투자증권, 삼성증권 같은 금융사와 LS, LG전자, LG화학, LF 등 범LG그룹 계열사들을 포함시켰다. KB금융의 비중은 5.83%로 현대차2우B((5.94%)에 이어 두 번째다. KB금융이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밸류업 지수에선 탈락했지만, 지난달 24일 발표한 밸류업 공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지수 편입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신, 사모펀드 MBK·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지배 구조 개편 중인 두산밥캣은 밸류업 지수에는 포함됐지만 ETF 투자 종목에서는 빠졌다. 경영권 분쟁과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 이익이 희생될 여지가 많다는 이유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ETF’도 KB금융을 넣고, 고려아연과 두산밥캣은 빼는 식으로 투자 종목군을 구성했다.
액티브 펀드 중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 ETF’는 특별히 기업들을 넣고 빼지는 않고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SK하이닉스가 14.96%로 가장 비중이 높고, 그다음이 삼성전자(9.17%), 현대차(7.56%) 순이다.
◇패시브ETF는 수수료 경쟁
운용사들이 가장 많이 출시한 상품은 패시브 펀드다. 패시브 펀드란, 펀드 매니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밸류업 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것이다. 제품별로 특색 있게 만들기 어렵다 보니,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가장 낮은 보수를 받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밸류업 ETF’와 KB자산운용의 ‘상장하는 ‘RISE 코리아밸류업 ETF’다. 보수를 0.008%만 받는다. 그다음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코리아밸류업 ETF’와 한화자산운용의 ‘PLUS 코리아밸류업 ETF’로 보수는 0.009%다. 보수 ‘0.001%포인트’ 차이를 두고 최저 보수 경쟁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동일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수가 수익률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낮은 보수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신한자산운용은 밸류업 ETF 중 유일하게 배당재투자 전략 상품인 ‘SOL 코리아밸류업 TR’을 출시했다. 배당재투자란, 투자자가 배당금을 회사 주식에 다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이 출시한 ‘삼성 코리아 밸류업 TR 상장지수증권(ETN)’은 운용사가 아닌 증권사가 운용하는 유일한 밸류업 ETN이다. 이 상품도 배당금은 모두 재투자한다. 다만, 펀드가 청산되지 않는 한 만기가 없는 운용사의 ETF들과 달리 삼성 코리아 밸류업 TR ETN은 만기일이 2034년 10월 30일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현재 밸류업 지수의 배당수익률은 2% 수준으로 매달 배당이 나오는 월배당 상품으로는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다”며 “배당재투자로 수익이 증폭되는 스노우볼 효과로 총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