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 귀환에 성공한 6일, 미국 주식 시장의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안도했고, 트럼프 당선인이 감세 등 친기업 정책을 추진해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트럼프 집권시 혜택을 볼 자산 가격이 오르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일 열린 한국 증시는 본격적인 ‘트럼프 랠리’에선 소외된 채, 조선·방산·우주 등 친트럼프 업종 위주로 국지적인 상승세만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04% 오른 2564.63에 마감했다. 바이오·이차전지 기업들이 많은 코스닥지수는 1.3% 떨어졌다.

이날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영향으로 한화오션, 현대힘스 등 조선업 관련 기업들이 20% 넘게 뛰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1998년 트럼프 당선인이 거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방문했을 때의 옛날 사진까지 공유하며 하루 종일 화제였다.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의 대주주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에 일등 공신이라는 것을 호재로 삼아 코스닥 우주항공 회사들이 가격제한폭(30%)까지 올랐다. 반면 석유 등 전통 화석연료 시장 활성화 전망에 한화솔루션, OCI 등 친환경 에너지 회사들은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래픽=양인성

✅美 3대 주요 지수 사상 최고치

6일 미국 3대 주요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평균은 3.57% 오른 4만3729.93에, S&P 500은 2.53% 오른 5929.0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95% 상승한 1만8983.47에 마감했다. 중소형주 2000개를 모은 러셀2000 지수는 상승폭이 5.84%에 달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내수 중심 중소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호재였다.

이날 시장에선 트럼프 수혜주와 피해주가 극명하게 갈렸다. 트럼프가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고 치켜세운 일론 머스크 CEO의 테슬라는 거래가 폭발하며 14.8% 오른 288.53달러에 마감했다. 20조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테슬라 주주들도 이날 환호했다.

트럼프가 대주주인 트럼프 미디어는 이날 한때 35% 가까이 올랐으나, 차익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5.9% 상승 마감했다. JP모건체이스(11.5%), 웰스파고(13.1%) 등 대형 은행들도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강세였다.

비트코인은 이날 7만5000달러 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미국을 가상 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히는 등 가상 화폐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장기채 투자자들에겐 우울한 하루였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한때 연 4.48%대까지 상승했다(채권 가격 하락). 트럼프 당선인은 감세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데, 재원 마련 목적에서 국채를 발행하면 공급이 늘어나고 결국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정책을 시행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질 것이란 점도 채권 금리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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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 한국 경제엔 적신호

한국 증시가 ‘트럼프 랠리’에서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주로 한국 수출 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를 내수 부양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관세(tariff)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하고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 보편 관세(10%) 정책이 시행된다면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트럼프 1기 시절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서 비롯된 무역분쟁 여파로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코스피가 오르긴 어렵고, 업종별 차별화 흐름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60% 관세 부과를 거론한 중국의 상하이지수는 이날 2.6% 올랐다.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한국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 시기에 보조금 수혜를 많이 봤고, 자동차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한국이 ‘피해국’으로 여겨진다”며 ”중국은 경기 부양 강도를 높여 내수를 키워서 대응할 수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 달리 내수 시장 규모가 작다는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트럼프 랠리’ 소외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AI 투자 확대로 하드웨어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로 시장의 관심이 점점 옮겨지고 있다“면서 ”한국에는 AI 소프트웨어 확장 국면에서 수혜를 입을 만한 기업들이 적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AI 소프트웨어 개발과 활용에 있어서는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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