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가운데, 당초 ‘트럼프 피해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던 대한항공에 대해 증권가의 매수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는데, 대한항공 매출 성장을 이끄는 화물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불안 요소였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연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2만3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뒀던 지난 5일 종가 2만4500원과 비교해 2.2%(550원) 하락하는 데 그쳐 비교적 선방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트럼프 리스크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증권가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 의견 ‘매수(Buy)’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3만3000원으로 6%가량 올렸다. 대신증권도 목표주가를 10% 상향 조정한 3만3000원으로 내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11개 증권사가 대한항공에 대해 목표주가를 제시했는데, 평균 3만1818원이었다. 현재 주가보다 32.9%가량 높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관세’를 공언해 왔으나, 대한항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중 갈등 심화로 전자상거래 물량 감소가 우려되지만, 최근 전자상거래 물동량 증가는 유럽과 중동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항공 화물 운임 급락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이 아예 ‘트럼프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으로 양국 간 직항 노선 공급이 제한되면, 대한항공이 환승 여객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다“며 ”현재도 미주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실적이 좋다”고 했다.
특히 대한항공이 연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고 시장 지배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국내 유일한 대형항공사(FSC)가 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 비행기 티켓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다”며 “수익성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의 커지는 경쟁력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호실적을 이끄는 것은 미주 장거리 노선과 프리미엄 여객, 화물인데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더 강화된다는 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도“현재 주가는 합병 이후 이뤄질 사업 시너지 효과 및 시장 경쟁력 강화 기대감을 모두 반영하진 못하고 있으며, 합병 승인 이후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