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사이 미국 증시는 급등세를 보이는 데다 자국 우선주의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미국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결제일 기준) 1013억6571만달러(한화 약 141조원)를 기록했다. 예탁원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 10월 31일 기준 910억6587만달러(약 127조원)에서 일주일 만에 10조원 넘는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미국 증시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규모 법인세 감세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난 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0일 기준 49조5973억원으로 집계되며 1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 50조원 선이 무너진 건 올해 1월 26일(49조649억원)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이다.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되찾지 않은 돈이라,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으로 꼽힌다.
한편 서학개미 최고 선호 종목은 테슬라로 167억달러를 보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138억달러), 애플(46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36억달러) 순으로 보관금액 규모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