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 주인 자리를 되찾았다. 대선 이후의 세계 경제,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그 속에 숨은 투자 기회는 무엇일까.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과 함께 ‘트럼프 2.0 시대’의 경제를 예측해봤다. 김 실장은 방송과 유튜브 ‘경제읽어주는남자TV’를 통해 경제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는 거시경제 전문가다. 이번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시대 예상”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는 일반 수입품에는 최소 10%의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식 무역전쟁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나 칩스법(반도체지원법)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한 중국 견제였다면 트럼프는 관세 장벽을 쌓는 것으로 중국을 완전 봉쇄하겠다는 구상이다. 상호주의에 따라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시대가 올 것이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자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국제 교역량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GDP 대비 무역 비중이 높고 그중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악재다. 기업 실적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들은 트럼프 1기 때 미·중 패권 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웠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더욱 투자에 신중하게 될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관세 장벽을 쌓으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맞는 말이다. 관세를 올리면 수입 물가가 올라 2차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수 있다. 또 트럼프의 반이민주의는 인건비 상승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미 연준이 내년에 금리 인하를 중단하거나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란 의견들이 나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재발하지 않도록 트럼프가 정책을 수정하면서 갈 것이라 본다. 2026년 중간선거도 의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경로가 불확실해진 만큼 오는 28일 금리 결정을 해야 할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하겠다.

“이것저것 고려하기에는 우리 내수 부진이 너무 심각하다. 소매판매액지수가 올해 3분기까지 2년 반째 줄며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개인적으로는 한은이 부동산 경기나 가계부채 증가 등을 염려해서 금리 인하를 더 미룰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디플레이션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래픽=양인성

◇”전(戰)후 재건 관련 산업 유망”

-트럼프 2.0 시대에 기회를 얻을 산업은 무엇일까.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 종식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중동 분쟁도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 탓에 그간 이스라엘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정권 초 트럼프 말은 들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쟁 후 재건 사업과 관련된 건설, 전력·통신·수도·에너지 인프라 기업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본다.”

-K반도체 기업의 전망은 어떤가.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바이든 대통령의 IRA나 칩스법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IRA 보조금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제조 기지를 만들려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라고 본다.

공화당 정책공약집에는 IRA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IRA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응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도 IRA라는 법 이름은 삭제할지언정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의 틀은 상당 부분 유지할 것이라 본다.”

-K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대중 견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밸류 체인을 미국에서 완성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단시간 내 이뤄낼 수 없다. 그 틈을 K배터리, K반도체 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