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60대 자산가 윤모씨는 경기도 외곽에 땅을 갖고 있다. 윤씨는 최근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가업승계제도’가 세금 혜택이 큰 만큼 세무사가 추천하는 대로 갖고 있는 땅에 베이커리를 열어 운영하다 베이커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자산가들이 가업승계제도를 활용한 상속세나 증여세 절세 방법에 관심이 많다. 최근 요리 예능이 인기를 끌며 요식업계가 주목받고 있는데, 상속·증여를 위한 절세 측면에서도 요식업을 가업으로 삼으려고 눈여겨보기도 한다. 다만, 부모가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단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노포를 지키고 백년 가게를 만드는 방법인 만큼 세법을 다양하게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은 무엇인지, 조건과 주의 사항을 살펴보자.
◇가업 승계는 절세 유리
가업 승계는 부모가 운영하던 사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뜻한다. 정부에서는 기업의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세제 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해당 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경우 가능하다. 가업 승계와 관련된 조세 지원 제도는 크게 상속과 증여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상속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사망할 때 이뤄지는 것을, 증여는 살아있을 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뜻한다.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피상속인이 경영한 기간에 따라 공제 한도가 30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까지 적용된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경우 10억원을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에 10% 세율로 증여세를 과세하고 최대 한도는 600억원이다. 주의할 점은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상속의 경우에만 공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개인사업자는 생전에 증여하면 관련 세금 혜택이 없고, 사망 후 상속 시에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도심의 본인 건물에서 3대째 곰탕집을 운영하는 최모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최씨의 경우 음식점이 있는 건물의 토지 값이 크게 올라 상속 부담이 클 수 있다. 이때 곰탕집을 법인으로 전환한 후 주식으로 증여 받는 방법을 택하면 세금을 낮출 수 있다. 주식 가치가 120억원가량으로 산정됐을 때, 일반 증여로 자녀에게 증여하면 성인 자녀 증여 공제액 5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세금이 붙어 증여세가 53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적용하면 증여 공제 10억원을 적용하고 나머지 금액에 10% 과세를 하므로 증여세가 11억원에 그친다.
◇빵집 되고, 카페는 안 돼
최근 도심 외곽에 대형 베이커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베이커리가 가업 승계 목적으로 절세 방법을 찾을 경우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가업 승계 특례를 활용하려면 가업의 규모와 업종 요건이 중요하다. 특례가 적용되는 가업 업종은 표준 산업 분류에 따라 제조업, 건설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이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이 해당한다. 단, 카페의 경우 특례 적용 업종이 아니다. 음식점이 아니라 비알코올 음료점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숙박업과 유흥음식점업도 제외된다.
만일 앞선 사례의 윤씨가 경기도 외곽의 땅을 개인 자산으로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경우 세금을 줄이기 어렵다. 개인이나 개인사업자의 토지, 건축물, 기계장치 등은 사업용 자산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가업 승계와 관련된 조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윤씨는 자신의 땅에 베이커리를 창업하고, 10년간 운영한 뒤 아들에게 물려주며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땅이 아닌 가업을 물려줘 특례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단, 카페는 해당 업종이 아니므로 베이커리를 포함해 창업해야 음식점업으로 적용돼 특례 대상이 된다.
◇창업 자금 절세 지원
자산을 창업 자금으로 증여하는 경우에도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는 창업 자금에 대해 50억원을 한도로, 5억원을 공제하고 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10%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즉 5억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자녀가 창업한 회사가 10명 이상을 신규 고용하는 경우에는 한도가 1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특례 적용 없이 일반 증여로 5억원을 증여하면 증여세가 8000만원이 되지만, 창업 자금으로 증여하는 경우는 증여세가 없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건수는 102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역시 요건이 중요하다. 증여자인 부모는 만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수증자인 자녀는 만 18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 현금, 예금 채권만 적용 가능하고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닌 재산이어야 한다. 즉 토지나 건물, 부동산에 관한 권리, 주식 등은 적용 불가능하다.
자녀는 증여를 반드시 돈의 형태로 받은 후 2년 이내 창업해야 한다. 창업 업종은 다른 지원 제도와 비슷하게 대부분의 업종이 가능하지만 카페는 불가능하다. 인기 창업 업종 중 하나인 치킨 전문점, 빵집과 같은 음식점업과 미용실, 세차장 등의 서비스업은 가능하다. 창업의 범위도 중요하다. 부모가 이미 음식점업을 하고 있더라도 노하우를 받아 새 음식점업을 운영하는 것은 창업으로 인정받지만, 증여자인 부모와 공동 대표로 창업을 하는 경우는 특례 적용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