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스1

“한국 증시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관론에 힘이 더 실린 하루였다. 외국인의 ‘팔자’에 코스피·코스닥지수 모두 3% 가까이 추락하며 시장 참여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가 동반 추락한 올해 8월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 9만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이 한껏 달군 가상자산 시장과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52포인트(0.67%) 하락한 2466.05로 출발한 뒤 낙폭을 점차 확대했다. 외국인이 7103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493억원, 189억원 순매수했지만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지수가 4거래일 연속 파란불을 켠 탓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97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2000조원 아래로 내려간 건 8월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4.53%(2400원) 내린 5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5만5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는 장중 주가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15일(4만9900원)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다른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하락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삼성전자우 등이 3%대의 하락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강(强)달러’ 현상이 코스피 약세의 한 배경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3.1원 오른 1406.6원으로 마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상승 동력이 부재한 가운데 고금리·강달러 영향에 고통받는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에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만 189개다. 어떤 업종·종목이 내리는지 다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시총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하락이 코스피지수 전반에 착시를 준다는 분석도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지수는 2650선 정도”라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지수가 그렇게까지 많이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이고, 최근 3년 저점은 0.73~0.76배였다. 박 연구원은 “이를 해석하자면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이외 종목의 하락 룸(여지)이 더 커지는 국면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런 징후가 나온 이후에야 코스피지수의 락바텀(Rock Bottom·최저점)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0.87포인트(2.94%) 내린 689.65를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86포인트(0.26%) 떨어진 708.66으로 출발한 뒤 점점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244억원, 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382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리가켐바이오, 휴젤, 클래시스, 엔켐 등이 전일 대비 하락 마감했다. HLB는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