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주가가 급락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꺼내 들었던 유상증자 카드가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철회된 영향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주식은 13일 오후 1시 53분 코스피시장에서 103만8000원에 거래됐다. 주가가 전날보다 9.11%(10만4000원) 내렸다. 고려아연 주식은 이날 116만원에 거래를 시작, 장 중 121만5000원까지 주가가 뛰기도 했으나 유상증자 철회 공시 이후 하락 전환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철회하면서 최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영풍과 지분율 격차를 좁힐 방안이 줄자,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영풍이 최 회장 측보다 지분율 기준 5%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철회하는 것이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에 이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까지 마무리된 뒤에도 고려아연 주가는 고공 행진했었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장내 매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지난달 30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하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하단)를 찍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89만원)보다 유상증자 예상 발행가격(67만원)이 낮았던 영향이 컸다.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와 동시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한 게 아닌지 살피는 한편,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최 회장이 유상증자 관련 이사회 결정 과정과 앞으로 있을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방안 등을 설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