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권부사채(BW), 전환우선주 등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13일 제19차 정례 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CB 등의 전환가액 조정(Refixing·리픽싱)과 발행·유통 공시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서만 CB 등의 리픽싱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 70% 미만으로 예외 적용할 수 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하려면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리픽싱 최저한도는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돼 있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과 같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리픽싱 최저한도를 70% 미만으로 적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뿐만 아니라 정관을 통해서도 리픽싱 최저한도의 예외 사례를 허용해 왔다.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정관을 이용해 자금 조달이나 자산 매입과 같이 일반적 사유일 때도 CB 등의 최저한도 제한을 회피하는 사례가 있었다. 금융위는 이번 리픽싱 규정을 강화해 기존 주주의 이익 침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증자, 주식배당 등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발행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조정 방법을 정할 수 있어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개정된 규정에 따라 앞으로는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CB 등의 발행·유통 공시도 강화됐다. CB 등을 발행한 회사가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하거나, 콜옵션을 제3자에게 양도하면 주요사항 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공시 내용에는 구체적 행사자와 대가 수수여부, 지급 금액 등의 내용이 담기도록 할 예정이다.
더불어 회사가 만기 전 CB 등을 취득할 때도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취득 사유와 처리 방법 등을 공시해야 한다. 회사가 만기 전 CB를 최대 주주에게 재매각한 뒤 주식을 전환하는 방법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처다.
이밖에 사모 전환사채 등의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도 ‘실제 납입이 이뤄지는 날’의 기준 시가를 반영하도록 했다.
한국거래소는 CB 공시 강화 외에 한글 공시 후 일주일 이내에 영문공시를 해야 했던 공시 시한을 ‘5매매 거래일’로 변경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 분량이 많은 공시의 영문공시는 예외적으로 3개월 이내로 확대했다. 코넥스 시장의 경우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영문 공시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의 영문공시 및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영문공시 활성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공시정보 접근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시 시스템 구축과 공시 서식 마련 등의 준비를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