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에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과잉 투자 우려가 붙어 다니는 대형 기술주보다는 똘똘한 실적을 보이는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장현준(44)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장 팀장이 가리키는 AI 소프트웨어 기업은 팔란티어·앱러빈 등이다. 장 팀장이 운용하는 ‘삼성글로벌챗(CHAT)AI’ 펀드는 최근 해외 주식형 펀드 811개 중 1년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1일 기준 펀드 1년 수익률이 86.6%(환노출형)였다. 이 펀드는 지난해 5월 중순 출시됐고 현재 설정액은 390억원 수준이다. 장 팀장에게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올린 이유와 AI 소프트웨어 기업 투자 유의점 등에 대해 물었다.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대형 기술주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이 펀드의 특징은 무엇인가.

“애플, 엔비디아 등 잘 알려진 대형 기술주보다 AI 기술이나 LLM(대규모언어모델) 등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선별해 50% 넘게 집중 투자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모바일 앱 기술 개발 기업인 앱러빈이나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팔란티어나 서비스 나우 등의 기업들이 투자 비율 상위에 있다.”

-이 기업들에 주목한 이유는.

“2020년 챗GPT가 나오고 2022년 11월 말 챗GPT 3.5가 출시됐다.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 확신했고 AI나 LLM 모델의 최종적인 수혜 기업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AI 기술 구동에 필요한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 업체나 인프라 기업들이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기술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 봤다. 대형 기술주에는 AI 투자 대비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늘 따라붙지만,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실제 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그런 사례가 있나.

“빅데이터 프로세싱 기업인 팔란티어는 그간 소프트웨어를 미 국방부 등에 납품해 오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크게 선호하진 않았지만, 최근 팔란티어의 상품이 일반 기업에도 납품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3분기(7~9월)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30% 급증했다. AI 기술로 표적 광고 알고리즘을 짜는 앱플로빈, 사용자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 등도 향후 확실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을 인정받을 것이라 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이 기업들 투자는 유효한가.

“그렇다. 트럼프 2기에서 기업에 영향을 줄 요소는 법인세 인하나 관세 부과 이슈다. 세금 인하는 기업 입장에서 좋은 이슈이고 관세 부과 정책도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에는 유리한 사안이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실물 상품을 수출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급망 이슈에 휘둘리지 않고, 재고 부담이 없다. 또 경기가 악화된다고 기업들이 쓰던 소프트웨어를 모두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 향후 변동성 장세에 있어서는 방어력이 좀 더 높다고 생각한다.”

-투자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기업 성과가 좋더라도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주가 상승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향후 10년간은 AI 관련 주식들이 소외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일종의 성장주 투자이기 때문에 위험 선호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다만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매매 시점을 지나치게 고민하지 않고 장기 보유 관점에서 투자할 분들에게 추천한다.”

-펀드 운용 원칙이 있다면.

“자산 운용 업계에만 18년 정도 있었다. 펀드 매니저는 포트폴리오로 자신만의 주장을 하고 고객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포트폴리오 속 종목들에 대한 판단 근거들을 세우기 위해 시장 분석과 팀원들과의 토론 등을 치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