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연합뉴스
그래픽=손민균

24년 만에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돈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저축은행업계는 고정비만 늘어나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14일 여야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여야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6개 민생법안 처리에 나서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이르면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할 때 고객이 맡긴 돈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에 예금보험료를 걷어 적립하고 금융사가 예금지급불가능 상태에 빠지게 되면 해당 금융사를 대신해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보험료율은 은행이 0.08%, 금융투자회사 0.15%, 보험사 0.15%, 저축은행 0.4% 등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 각 금융기관당 5000만원으로 지정된 이후 24년째 유지 중이다. 그러나 그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승 등 경제 상황 변화나 달라진 자산 규모를 반영해 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공포가 커지면서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미국의 예금보호 한도는 25만달러(3억5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1억5200만원), 일본은 1000만엔(9000만원)으로 모두 한국에 비해 2배가량 많다.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쏠릴 수 있다.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3.54%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상품별 최고 금리는 3.80%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1년 만기 정기예금은 기본금리 2.40%부터 시작한다.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는 3.60%다.

금융 당국은 예금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현재보다 16~25%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자금 이동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저축은행으로 돈이 옮겨가면 예금 규모가 급증해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고 부실이 발생할 경우 예금자 등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저축은행업계의 과도한 예금 유치 경쟁도 벌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도 이런 변화를 마냥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은 부채인 데다 비용이 발생하고, 여신을 돌려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현재 기업금융 상황이 좋지 않은 등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라면서 “애매한 시점에 자금이 몰리는 게 좋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