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 사옥. /흥국화재
암 치료 선형가속기 ‘하이퍼아크-트루빔.’ /고대구로병원

금융 당국 제동으로 비례형 암주요치료비·2대주요치료비 판매를 중단했던 흥국화재가 약 3주 만에 업계 최고 수준의 동일 상품을 재출시했다. 문제로 지적됐던 ‘모든 치료’에 대한 비급여 보장은 축소됐지만, 보험료를 최대 20% 인하하는 등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비례형 주요치료비는 고객이 1년 동안 부담한 치료비에 비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치료비가 1300만원이라면 1000만원을, 4100만원이라면 4000만원을 받는 식이다. 치료비가 많아질수록 받는 보험금도 커지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비례형 암주요치료비와 비례형 2대(뇌혈관·허혈성심장질환) 주요치료비를 지난 12일 재출시했다. 지난달 23일 판매 중단을 결정한 지 약 3주 만이다. 판매 중지됐던 상품은 모든 치료에 대한 급여·비급여를 보장했으나, 이번에는 ‘주요치료’는 급여·비급여 모두 보장하되 ‘그 외 치료’에 대해선 급여만 보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보장한도를 축소한 셈이다.

하지만 보험료는 암주요치료비가 최대 18%, 2대주요치료비가 최대 20% 저렴해졌다. 최저보험료는 월 1만원인데,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연간 최대 1억5000만원씩 10년 동안 15억원에 달해 업계 최고 상품으로 손꼽힌다. 약물·방사선·수술만 보장되는 타사 암주요치료비와 달리 유일하게 호르몬치료까지 보장된다. 연간 총치료비가 300만원만 넘기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일하다.

주요치료비는 과잉진료에 따른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상품이다. 현재는 판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해율이 낮지만, 시간이 지나 보험금 청구 건수가 많아지면 적자가 날 상품이라는 것이다. 과잉진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손보험과 비슷한 사태까지 벌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 당국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고 있다. 다른 상품과 중복보장을 받게 되면 초과 이익이 발생하는 데다 고가의 치료를 받게 부추겨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런 우려를 제기하자 흥국화재·동양생명은 판매를 중단했는데, 흥국화재가 동일 상품을 재출시한 것이다. 당시 흥국화재는 “특정 담보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리스크를 분산하고자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의 우려에도 보험업계의 주요치료비 경쟁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최근 비례형 암주요치료비의 보장구간을 최소 500만원, 최대 1억5000만원으로 강화했다. 최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흥국화재와 동일하게 10년 동안 15억원이 되는 것이다. 한화손해보험도 보장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최대한도를 15억원으로 높여 경쟁에 뛰어들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절판 마케팅을 의도하고 상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재출시한 주요치료비 비례형은 시장에서 판매 중인 2개 유형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라며 “비급여 부분의 과잉진료 발생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고 위험을 대비한다는 보험 상품의 순기능을 극대화한 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