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달러화 가치와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고, 증시에선 미국 주식 강세가 돋보인다. 미 정치 매체 ‘더힐’과 월간 ‘디애틀랜틱’ 등 외신들의 분석을 종합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 2.0′이 글로벌 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①규제 완화로 가상 자산 뜨고 부동산 진다
트럼프 2기 정책의 첫 번째 키워드는 ‘규제 완화’다. 트럼프는 대형 은행과 기업 인수·합병을 좋아하고, 규제를 싫어한다. 특히 트럼프는 ‘드릴 베이비 드릴(더 많은 석유를 파자) 대통령’, ‘가상 자산 대통령’ 등으로 불린다. 자산 시장의 승자는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가진 빅테크 기업, 석유 시추 관련 사업, 가상 자산과 대형 금융사들이 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의 선봉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섰다.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다. 그러나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업체들은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없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업도 전망이 밝지 않다. 부동산도 패자다. 트럼프 랠리(강세장)로 증시와 가상 자산에 돈이 몰리면 부동산은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②관세 올리면 미 기업 웃고 소비자는 운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해 10~20%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승자는 미국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 중국 등 외국과 경쟁하는 중소기업이다. 반면 패자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물가가 오를 경우 피해를 입게 될 소비자가 된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유럽 역시 패자로 언급된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가 집권하는 내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8%로 낮췄다.
③반이민 정책으로 기업들 인건비 상승
트럼프의 신임 ‘국경 차르(국경을 총괄하는 직책)’ 톰 호먼은 “노동 및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이민 단속의 일환으로 직장 급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소식에 미국 노동자들은 환호했지만, 건설업·호텔업 등 이민자 의존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 이민협회는 트럼프 정부의 대량 추방 정책 때문에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4.2~6.8%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법 이민자는 미국 노동 인구의 4.6%를 차지하고, 불법 이민자의 4분의 3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주다.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호텔업, 제조업이다. 반면 승자로 분류되는 기업은 불법 이민자 구금 시설을 운영하는 민간 교도소 기업인 지오그룹이다.
④감세로 미 증시와 달러 가치 상승
트럼프는 임기 시작 후 100일 이내에 대규모 감세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만료되는 소득세율 인하를 영구 연장하고 연방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기 때문에 감세안 통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최대 승자는 미 주식시장이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법인세 감세 방침”이라고 전했다. 대규모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꾸려면 미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 이 경우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리가 올라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된다. 미국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한국 같은 신흥 시장에 악재다.
⑤정치 보복
트럼프는 ‘쿨한 남자’는 아니다. 그는 첫 임기 동안 대립각을 세운 메리 바라 GM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밥 아이거 디즈니 CEO와 수시로 마찰을 빚었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대립각을 세운 회사들은 보복 위협을 느끼고 있다.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구글과 메타다. 올해 초 피격 사태 당시 트럼프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관련 게시글을 검열한다며 “선거 조작 시도”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승자 기업인은 실세인 머스크다. 머스크와 함께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 피터 틸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