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코스피 상장사 두산밥캣을 향해 미국 증시행을 제안했다. 두산밥캣은 2016년 상장 당시보다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었으나, 주가는 거의 오르지 못한 상태다. 얼라인은 두산밥캣의 북미 매출 비중이 74%에 이르고 연구개발(R&D) 인력의 절반 이상이 북미에 상주하는 점 등을 언급하며 이 회사가 아예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해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두산밥캣 이사회를 대상으로 4가지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방안을 제언했다. ▲미국 상장 ▲이사회 독립성 확보 및 이해상충 우려 해소 ▲주주환원율 정상화 및 자본구조 효율화 ▲밸류업과 연동된 경영진 보상 정책 도입 등이 얼라인 측이 제시한 밸류업 방안 네 가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이 2016년 상장 이후 매출은 연평균 16.8%,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8.3% 성장했지만 주가는 연평균 0.7% 오르는데 그쳤다고 했다. 두산밥캣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지속해서 추락해 동종 기업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얼라인 측 지적이다. 실제로 두산밥캣 밸류에이션은 3.3배로 동종 기업 평균(12배)에 한참 못 미친다. 주주환원율 역시 18%로 동종 업계 평균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두산밥캣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미국 증시 상장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2023년 기준 두산밥캣의 북미 매출 비중은 74%로, 미국에 상장된 동종 기업인 캐터필러나 존디어의 건설기계 부문 북미 매출 비중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두산밥캣의 주요 사업지와 상장지를 일치시켜 투자자 관심도와 이해도 제고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두산밥캣은 한국에서 상장한 탓에 미국 주요 지수나 투자은행(IB)의 리서치 커버리지에 포함되지 못하고, 미 기관투자자의 보유 비중도 낮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기관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은 12.5%로, 경쟁 기업인 캐터필러·존디어 등의 평균 보유 지분(62.6%)보다 현저히 낮다. 또 미국 주요 IB 가운데 두산밥캣을 다루는 리서치는 JP모건뿐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은 다루지 않는다.
이 대표는 두산밥캣이 미국 상장을 통해 사업지와 상장지를 일치시키면 인덱스 편입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을 유치하고, 리서치 커버리지 확대 효과 등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는 “두산밥캣의 2015년 프리 IPO와 2016년 IPO 추진 당시에도 미국 상장을 심도 있게 검토한 바 있다”며 “미 상장은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좋은 밸류업 방안”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미국 상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국내 증시에서 상장 폐지한 다음 북미 법인으로 상장하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과 평가 과정에서 주주 참여를 확대하고,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사외이사 후보 평가 자문단 설치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주주환원율의 경우 동종 기업 평균 수준인 65%로 정상화하고, 자본구조 효율화를 위해 특별배당을 고려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경영진의 성과 평가를 위해서는 경쟁사의 북미 매출 성장률 및 상대적 총주주수익률 등을 평가 기준에 반영하는 한편 주식연계 보상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