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4시 3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쓱닷컴)의 새 투자자를 유치했다고 자축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해 기존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샀으나, 투자 실패에 따른 원금 손실은 SSG닷컴이 보전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결국 또다시 새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 14일 쓱닷컴의 새 FI인 ‘올림푸스제일차’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올림푸스제일차’는 KDB산업은행과 신한은행, NH투자증권 등 은행권 6곳과 증권사 4곳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기존 FI가 보유한 쓱닷컴 지분 30%를 인수했다.

기존 FI였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은 1조1500억원을 회수했다. 이들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총 1조원을 투자해 쓱닷컴 지분을 각각 15%씩 확보한 상태였다.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은 원금 1조원에 1500억원 수준의 이자를 챙겼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신세계그룹이 재무 리스크 해소와 함께 한숨 돌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투자금은 결국 언젠가 갚아야 할 빚에 가까운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새 FI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부터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고, 매각 시 쓱닷컴의 지분 가치가 양측이 미리 정해놓은 가격 이하일 경우에는 신세계그룹이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차액을 돌려줘야 하는 만큼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한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쓱닷컴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상환을 노려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찮다. 쓱닷컴은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1년 9월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선정하며 기업가치 10조원도 거론됐지만, 상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도 474억원에 달하는데, 국내 증시가 부진해 IPO 환경도 녹록지 않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세에 더해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지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올해 3분기 기준 커머스 매출만 봐도 네이버와 쿠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10.6%씩 증가했지만, 쓱닷컴은 9.1% 감소했다.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22년 말 거래액 기준 쿠팡과 네이버가 각각 24.5%, 23.3%를 기록하고 있고, G마켓(G마켓·옥션·SSG닷컴 포함)이 10.1%로 3위다. 삼정KPMG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적힌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도 네이버(22%), 쿠팡(20%), 지마켓(15%) 순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생존을 위해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펴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상위 사업자들로의 시장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커머스 후발주자들의 전략은 외형 성장을 위한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하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빛을 발할 수 있는 구조라 장기적으로 쿠팡의 독주 체제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