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 등으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 미국 증시로 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19일 “견고한 미국 경제와 트럼프 2기에 대한 기대감이 신흥국 자산에 역풍이 되고 있다”며 “신흥국 자산에서 자금 유출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 자금들은 대부분 미국 증시로 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가는 최근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제시하며 내년 말 최대 67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흥국 자금 유출 최대
금융 정보 업체 EPFR에 따르면, 이달 7~13일 주간에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 약 74억달러(약 10조3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주간 단위로 2015년 8월 이후 최대치다.
특히, 중국 주식 펀드에서 유출이 눈에 띄었다. 최근 4주간 중국 주식 유출액은 169억달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9월 말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고 지난달 초 상당한 자금이 들어왔지만, 최근 추가 부양책에 대한 실망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다시 자금 유출로 돌아섰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정부가 소비와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충분한 재정 부양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중국을 대신할 신흥 주식시장 대표 주자로 주목받던 인도도 비슷하다. 인도 펀드에선 4주 연속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 니프티50은 최근 한 달간 5.6%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실적 악화와 경제 감속 조짐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인도에선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기업보다 밑도는 기업이 훨씬 많다”며 인도 증시의 투자 등급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주는 등 소비 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리테시 티와리 힌두스탄 유니레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업계 전체에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주식 펀드도 최근 자금이 크게 빠지면서, 7~18일 태국 SET 지수는 3% 하락했다.
신흥국 채권에서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이달 7~13일 신흥국 채권 펀드 유출액은 11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4주간 유출액은 70억달러로, 1년 만의 최대 규모다. 모건스탠리는 “트럼프 2기에서는 신흥국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월가 “S&P500 6700 갈 수도”
신흥국 시장에서 빠진 자금은 미국 증시로 흐른 것으로 분석된다. EPFR에 따르면, 미국 주식 펀드에는 이달 7~13일 557억달러가 유입됐다. 한 주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둘째로 큰 규모다.
배경은 견고한 미국 경제다. 지난 15일 나온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노동시장도 안정적이다. 미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전주(3~9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21만7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4000건 줄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는 신흥국 통화의 매도 요인이 된다.
이에 월가에서는 최근 5800대 후반에서 움직이는 S&P500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늘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케츠는 18일 내년 말 S&P500 전망을 현재 수준보다 약 14% 오른 6700으로 제시했다. BMO는 “강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증시 강세 전망의 주된 이유”라고 했다.
그간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하던 모건스탠리도 최근 내년 말까지 S&P500 전망을 65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경제가 독보적인 흐름을 펼치는 ‘미국 예외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UBS는 S&P500이 내년 6400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는 “‘레드 스위프(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 장악)’이 투자자들의 야생적 충동에 불을 붙였다”며 “이런 추세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을 꾸리는 연말까지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