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달리3

개인 투자자들이 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이 나는 인버스와 곱버스(지수 하락에 2배 베팅) 투자를 정리하고,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트럼프 포비아’에 낙폭을 키웠던 국내 증시가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11월 1~20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X’ ETF를 1425억원어치 규모로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와 ‘KODEX 인버스’도 각각 656억원, 160억원씩 순매도하며 이 기간 개인 순매도 2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11월 국내 증시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여파로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자국 우선 정책으로 인해 국내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금리 인하 기조가 변할 가능성 등이 증시 낙폭을 키웠다.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2.9%, 8.1% 하락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이번 주 들어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소 주춤하면서 소폭 회복했다. 지난 15일 코스피 지수는 올해 8월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장 중 2390.56까지 내렸다가 이날 종가 기준 2482.29까지 올랐고, 코스닥 지수도 같은 기간 장 중 668.38까지 하락했다가 이날 682.91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개인 투자자들은 인버스 투자 대신 주가 상승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승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 150레버리지’와 ‘KODEX 레버리지’ ETF를 각각 3080억원, 2426억원어치 사들였다. 해당 ETF는 각각 개인 순매수 1, 2위를 기록했다. ‘KODEX 200’(675억원)도 개인 순매수 4위를 차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증시는 낙폭이 과대해 저가 메리트가 굉장히 높은 구간”이라며 “매도 판단은 미뤄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아직 ‘팔자’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증시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변수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2조3111억원 규모로 국내 주식을 팔았다. 14거래일 중 4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또 한국시각 기준 오는 21일 오전 7시에 발표될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 실적 결과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

황병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이 서버 랙에 연결할 때 과열 문제가 발생한다는 소식에 다음 날 SK하이닉스 주가는 3%대 하락을 보인 바 있다”며 “이번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4분기 예상 전망치나 블랙웰 수급 및 성능 개선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단기간 큰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