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한때 1400원 선을 오르내리자 ‘달러 보험’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달러보험이란,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만기 시점에 받는 보험금도 달러로 수령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달러보험을 단순히 달러를 이용한 환(換)테크 상품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 상품은 위험 보장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내게 필요한 보장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서 달러보험에 가입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9월까지 달러보험 판매액, 작년 넘어서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들어 9월까지 달러보험 판매액은 76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5679억원을 이미 훨씬 넘어선 수치다. 달러보험 판매 건수도 2022년 1978건에서 올해 9월까지 5676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래픽=김하경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을 모두 미국 달러로 진행하는 외화보험 상품이다. 원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받는 일반 보험과 마찬가지로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화보험은 대부분 달러로 설계되어 있어, 외화보험을 달러보험이라 일컫기도 한다.

상품의 기본 구조는 원화 상품과 동일하지만, 외화 예금보다는 높은 이율을 제공하고 달러 강세 시에는 환차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보험금 수령 시점의 환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강 달러 현상이 기폭제

달러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강달러 현상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9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 등의 요소도 있지만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강달러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의 감세, 재정 확대 정책으로 생기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심리적 방어선인 달러당 140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주요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소비자, 신중한 접근 필요”

달러보험의 장점과 최근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맞물려 달러보험 가입이 최근 크게 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소비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이 나온다.

먼저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환테크 상품이 아닌 보험 상품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 위험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납입 보험료가 증가하고, 환율이 하락하면 수령 보험금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 상품 설계에 따라 해외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료 적립 이율이 하락해 만기 환급금이 감소할 수도 있다.

실제로 달러보험은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기준 납입 보험료와 수령 보험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700달러를 납입하는 종신보험의 경우, 원화 환율이 1300원일 때는 월 91만원이던 보험료가 원화 환율이 1400원이 되면 98만원으로 오른다. 반대로 사망보험금 3억9000만원(30만 달러, 환율 1300원 기준)도 수령 시점에 환율이 혹시나 달러당 1000원대로 하락하면 3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보험금 수령 시점에 달러 약세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떨어져 있으면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보험 가입 전에는 반드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납입 기간이 길수록 환율 변동 위험에 더 오래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