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조원이 적립된 연금저축보험의 이자율이 꾸준히 하락하며 월평균 예금 이율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적금과 달리 사업비를 뗀 보험료에 이자가 붙는 특성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연 평균 수익률은 1% 수준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삼성·교보·한화생명의 연금저축보험 공시이율은 2.3~2.7%로 집계됐다. 삼성생명이 2.7%로 가장 높고, 한화생명이 2.45%, 교보생명이 2.3%로 가장 낮다. 지난 7월(2.75~2.82%)과 비교하면 0.12~0.4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교보생명의 공시이율은 지난 7월(2.8%)보다 0.5%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공시이율 인하 기조에 따라 연금저축보험의 이자율은 보험개발원이 산출한 이달 월평균 정기예금이율(2.7%)과 한국은행이 지난 9월 집계한 신규취급액 기준 5년 이상 정기예금이율(2.73%)보다 낮아졌다. 지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1~2년 정기적금이율(3.45%), 3~4년 정기적금이율(4.13%)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연금저축보험 공시이율의 기준금리 격인 공시기준이율(3%)보다는 0.3~0.7%포인트 낮다.
공시이율은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이자율처럼 보험에 적용되는 금리로, 매달 바뀌는 변동금리 성격을 가진다. 변동금리형 상품인 연금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미래 고객이 받는 연금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각 보험사는 자산운용수익률과 인건비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매월 공시이율을 정하는데, 시중금리 인하로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공시이율을 인하한 것이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주식·부동산·펀드·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 뒤 고객에게 공시이율에 따른 이자를 지급한다. 최근처럼 금리 인하기가 되면 투자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공시이율도 하락하는 게 보통이다.
연금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은 2.3~2.7%지만, 실질적인 연 평균 수익률은 1%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금저축보험은 낸 보험료가 아닌 사업비를 뗀 순저축보험료에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100만원을 내면 사업비 등으로 10만원을 제한 90만원에 이자가 붙는 식이다. 일정 수준의 이자를 보증하는 상품이 아니라면, 실제 수익률은 상품에 안내된 공시이율보다 낮다.
이달 가장 높은 공시이율(2.7%)이 적용된 연금저축보험의 실질 수익률은 얼마일까. 이 상품은 35세 남성이 매월 50만원을 10년 동안 납입하면 6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년 501만원을 지급하는데, 기대수명인 82세까지 생존하면 연 평균 수익률은 약 1.2%다. 100세까지 연금을 받는다면 수익률은 2.6%로, 공시이율과 비슷해진다.
연금저축보험 외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의 공시이율도 하락 추세다. 삼성생명의 연금보험 공시이율은 지난 7월 2.82%에서 이달 2.67%로 0.15%포인트 하락했고, 같은 기간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2.6%에서 2.4%로 0.2%포인트 하락했다. 교보·한화생명도 같은 기간 0.12~0.15%포인트 인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시이율을 정할 때는 투자수익률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예·적금 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다”라며 “보험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공시기준이율과 보험사가 적용하는 공시이율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