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사유가 발생한 롯데케미칼에 대해 신용도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집중적으로 관찰하겠다고 21일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에 EOD 사유가 발생해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EOD 사유는 ‘지난 9월 말 기준 3개년 누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해당 약정을 포함해 발행된 롯데케미칼 회사채 규모는 2조450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잔액의 89%에 달한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이 직면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는 “특약 조건에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는 한 중단기 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분기마다 반복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준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2022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수요 약세와 축적된 공급 부담 등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까지는 적어도 중기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윤재 한신평 수석연구원도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와 운임 상승,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롯데케미칼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600억 원에 달해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잔액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 2조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매각 등을 통해 추가로 약 2조3600억원의 현금을 활용할 수 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보유 유동성 규모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조기상환 청구가 발생하더라도 자체 자금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의 대응과 사채권자 집회 소집 및 결의 내용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한 후 신용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채권자들은 계약 변경에 동의하더라도 최근 채권금리 상승 등을 이유로 이자율 상향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계약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들은 미상환 채권 잔액의 조기상환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그룹 측은 “현재 (롯데케미칼)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 진행 중으로, 다음 주 중 사채권자집회 소집을 공고하고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재무약정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