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15시 5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종합투자금융회사(종투사) 제도에 대해 본격적인 손질에 나선다. 그간 금융위 내부나 유관기관끼리만 의견을 교환했는데,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증권사와도 소통을 시작하면서다. 금융위가 종투사 개선을 위해 업계와 만나는 건 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종투사 제도는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은 늘리고 부동산 투자는 줄이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복수의 증권사를 만나 종투사 관련 비공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 체제하에서 금융위가 종투사 제도 개선에 대한 현업의 목소리를 듣는 첫 자리였다.
종투사란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 대해 금융위가 심사를 거쳐 새로운 사업을 허용하는 제도다. 세 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기업에 신용공여를 할 수 있고 ▲4조원 이상 증권사는 어음 발행 ▲8조원 이상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 개설이 가능하다. IMA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금전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번 TF는 종투사 제도가 당초 도입 취지와는 어긋났다는 문제의식이 번지면서 마련됐다. 2013년 도입된 종투사는 국내 증권사를 글로벌 투자은행(IB)에 견줄 만한 정도로 키우기 위함이었다. 이 연장선에서 자기자본 요건 등을 갖춘 증권사가 적은 비용으로도 몸집을 불릴 수 있도록 기업 신용공여와 발행어음을 허락해 준 것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혜택을 준 동시에 의무도 부여했다. 바로 모험자본 공급이다.
모험자본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통상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모험자본으로 분류한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보단 이제 막 문을 연 신생 기업 등에 자금을 대야 모험자본을 공급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들은 지난 10년간 모험자본 공급보다는 단기 수익에 치중해 왔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이 “모험자본 쪽에서 (종투사가) 역할을 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감독 규정이나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부동산이 치우진 부분은 줄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실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채무증권 등에 투자한 금액은 38조원인데, 이 중에서 비우량 신용등급(BBB+, BBB)은 1094억원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종투사 제도를 정량적 측면에서 평가하면 금융당국이 종투사에 기대했던 사업 차별화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목표는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 바 있다.
만기 미스매칭 역시 금융위의 고민 중 하나다. 만기 미스매칭이란 자산 간 만기를 일부러 불일치시키는 투자 전략이다. 발행어음을 예로 들어보자. 발행어음은 최장 1년짜리 상품이다. 하지만 초대형 IB(종투사이면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받은 고객 돈으로 30년 만기 채권을 사기도 한다.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만기 미스매칭 자산의 비중이 높으면 고객의 대량 환매에 제때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종투사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면서 만기 미스매칭까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관련 기사☞[단독] 1년짜리 상품인데, 30년 뒤 만기인 채권 담았네… 랩·신탁 사태 판박이 우려도)
IMA도 금융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8조원 이상이지만 IMA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 현재 규제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기업 신용공여(자기자본 3조원 이상)와 어음 발행(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가능하나 IMA는 현재 한도가 없다. 금융위는 한도 설정 여부와 적절한 한도 등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