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부자들은 부동산 급락 기회를 노리며 자산의 절반가량은 현금으로 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나머지 돈들도 단기 채권 등에 묶어 놓고 즉시 출금 준비를 하는 거죠.”
김영한(44·사진) 대신증권 강남금융센터장은 지난 19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재테크 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이달 초 서울 강남 지역에 흩어져있던 3개 센터를 통합한 대형 점포를 새로 열었다. 강남권 법인 자산과 초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세무·투자 컨설팅 등 자산 관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통합 센터의 자산 규모는 4조3000억원 수준으로, 10억원 이상 자산을 맡긴 고객 수만 425명이다. 김 센터장에게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법에 대해 물었다.
–최근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내수는 부진하다. 요즘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방식은 무엇인가.
“1년 이내, 필요한 순간에 돈을 뽑아쓸 수 있는 단기성 자금 운용에 집중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대기 자금들은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투자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강남 고액 자산가들은 서울 소재 주요 아파트나 경기 거점 지역 신도시 부동산의 가격 변동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다. 타이밍이 오면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여한다. 그러다 보니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절반은 되고, 나머지는 MMF(머니마켓펀드)나 만기 3~6개월짜리 단기 채권에 묶어둔다.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이다.”
–수익률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다. 기대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 대비 2~3%포인트 높은 수준이어도 만족하는 분들이 많다. 큰 폭의 자산 증식보다 안정적인 수성을 원하는 것이다. 자산 배분 쪽에서 보자면 국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만기 보유보다 금리 인하기에 팔아 시세 차익을 실현하는 게 목적이다. 다만 여기서도 신용 리스크가 떨어지지만 이자를 많이 주는 회사채보다 안전도가 높은 국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세대별로 부자들의 투자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
“세대별로 투자 성향이 다른 것도 있지만 투자 성향을 더 분명하게 가르는 것은 그들이 이룬 부의 원천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이들은 경험에 기반한 정형화된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등이 많다. 반면 가상 화폐나 창업 등으로 부를 이룬 이들은 경험보다는 전문가나 외부 정보를 바탕으로 한 투자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위험성 있는 투자 성향도 후자 집단이 더 높다.
–21년 잠실WM(자산관리)센터장을 맡은 이후 강남 지역의 고액 자산가들을 계속 상대하고 있다. 공통된 성공적 투자 원칙이 있나.
“고액 자산가들일수록 작은 투자 손실을 크게 생각하고 구멍들을 없애려 한다. 반면 코로나 시기에 제법 큰돈을 벌어본 청년들은 작은 손실을 가볍게 여기는 성향이 크다. 가령 국내 주식 투자로 300만~400만원 정도를 잃었다고 해도 ‘손절 매도하고 다른 가상 자산이나 테마주 투자로 만회하지’라는 식으로 가볍게 넘긴다. 수십 년 장기 투자에서 이런 투자 심리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손실들이 한두 군데씩 쌓이면 큰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