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친인척에 대한 불법 대출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 사건을 금융 당국에 늑장 보고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연임에 실패하고 12월 말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김수홍)는 22일 손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계열사들은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460억원대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손 전 회장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경위를 규명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지난 20~21일엔 손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소환 조사를 진행했으며, 손 전 회장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또 조병규 우리은행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취임 후 부당 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했음에도 금융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부분도 수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 감리 부서가 부당 대출을 인지해 작년 9~10월쯤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1월에야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금감원이 올해 5월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자 은행 측은 자체 감사 결과를 당국에 전달했다. 은행법은 ‘은행이 횡령·배임 등 금융 범죄와 관련한 금융 사고를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금융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지난 18일부터 3일 연속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우리금융지주 등을 압수수색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2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 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장은 그간 연임 의지를 피력해 왔지만, 부당 대출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임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다음 주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차기 행장 후보를 은행장 임기 종료 한 달 전인 이달 30일까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