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 터키스판덱스 공장 전경. /조선DB

효성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효성티앤씨 주주들이 최근 주가 하락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석유화학 종목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데다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특히 지난 22일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일부 주주들은 “돈이 없는 계열사(효성화학)의 사업부문을 사는데, 비싼 값에 사주지 않겠느냐”면서 “주주가치를 생각해 달라”고 토로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의 주가는 이달 들어(11월 1일~22일) 30만8500원에서 21만3500원으로 30.8% 급락했다.

2018년 6월 효성에서 인적분할된 효성티앤씨는 화학섬유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석유화학 종목 전반에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중국 내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이 높아진 탓에 상승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이달 주가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 인수건이다. 현재 효성화학은 중국 투자 실패와 업황 악화 등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1조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효성화학은 IMM·스틱 컨소시엄과 협상이 결렬돼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을 재추진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효성그룹이 차선책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해당 사업부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유력 후보가 효성티앤씨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효성티앤씨 측은 22일 해명(미확정) 공시를 내고 “당사는 효성화학으로부터 특수가스 사업부에 대한 인수의향질의서를 수령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하루 효성티앤씨 주가는 20.63%나 빠졌다.

주주들은 효성그룹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효성티앤씨가 재무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며 비판했다. 올해 3분기 효성티앤씨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7% 감소한 1조936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6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를 6%가량 웃돌면서 어려운 업황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내년 효성티앤씨의 매출액을 전년 대비 0.7% 늘어난 7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7.9% 증가한 3500억원으로 전망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판덱스 수급이 개선되고 있고, 효성티앤씨의 신규 증설 규모는 약 5만톤으로 내년 총증설의 42%를 차지한다”며 “시장 점유율 약 30%에 달하는 글로벌 1위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은 효성티앤씨가 주가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효성티앤씨 주주들은 종목토론방 등에서 “이번 인수건도 일종의 오너 리스크 아닌가”라며 “하루빨리 (인수) 관련해 재공시하거나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 대응책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