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국내 화장품주(株)가 미국 최대 쇼핑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에 대체로 부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시장에선 화장품 업종이 순항을 이어갈지 주목한다. 다만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중국 내수와 미국 소비 정체 등은 한국 화장품주가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화장품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2455원에 거래됐다. 전장보다 1.24%(30원) 오른 가격이다. TIGER 화장품 구성 종목 중 비중이 큰 코스맥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 브이티, 실리콘투 등의 주가가 이날 일제히 오름세를 보인 덕이다. TIGER 화장품은 국내 18개 화장품 종목의 주가 흐름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이달 들어 화장품 종목 주가가 ‘수출 피크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 우려에 급락했던 상황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화장품 종목들이 오는 29일 블랙 프라이데이까지 우상향 곡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매년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이튿날부터 이어지는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이다. 보통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그다음 주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까지의 온라인 매출을 토대로 미국 내수 시장의 소비 열기를 가늠한다.

2020년 이후 실적만 놓고 보면 썩 좋지는 않았다. 국내 화장품 종목 주가는 2020년부터 블랙 프라이데이만 앞두면 약세를 겪었다. TIGER 화장품 기준 블랙프라이데이가 속한 주간의 월요일부터 그다음 주 사이버 먼데이까지의 주가 하락률은 ▲2020년 -5.2% ▲2021년 -8% ▲2022년 -2.2% ▲2023년 -2.1% 등으로 매년 부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랙 프라이데이 기대감이 반영돼 화장품주 주가가 미리 오르고, 정작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는 빠지는 일이 반복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화장품주 상승세에 시장 관심이 몰리는 것이다.

화장품 수출 환경을 고려하면 낙관보단 비관이 짙은 게 사실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내수 경기 침체에 신음하고 있는 데다 미국 소비시장 둔화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미국 내 소비 둔화로 화장품 시장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정체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에 따르면 미국 전 세대에 걸쳐 화장품 소비가 지난해 2월을 정점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제너레이션 Z(1995년~2010년)’는 색조 화장품 등의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까지 줄었다.

올해 화장품주가 블랙 프라이데이 연패 기록을 끊더라도,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는 투자자가 고민해 볼 지점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JP모건은 구매력이 약해진 소비자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기조가 강해진 만큼 고가 브랜드보다는 저가 브랜드가 유리한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고 했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이른바 ‘K-뷰티’의 입지가 넓어지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업종은 전 세계 1위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서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본연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며 “주가의 재도약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