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삼정펄프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 주식을 600억원어치 넘게 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삼정펄프 시총은 644억원으로 회사가 보유한 자산 가치(약 3000억원)보다 현저하게 낮다. 삼정펄프가 주주 환원에 인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주가는 지난 22일 5만4500원(15.73%) 하락한 29만2000원을 기록했다. 알테오젠은 지난주 다소 부진했지만 여전히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알테오젠 주가를 삼정펄프라는 휴지 회사가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정펄프는 2019년부터 알테오직 주식을 사들여 3분기 기준 620억원어치 넘게 보유하고 있다. 삼정펄프는 경영권 분쟁으로 뜨거운 고려아연도 2분기까지 1억9000만원어치 보유했으나, 3분기 들어 매도해 상당한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맥쿼리인프라(41억8000만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27억200만원), 삼성전자(20억2900만원), 애플(14억4500만원), SK하이닉스(5억100만원), 알리바바(4억7300만원) 등 국내외 다양한 상장 주식을 들고 있고, 그 합계만 764억7600만원에 달한다.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주식이나 사모펀드에도 53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벤처 펀드는 물론, 인터베스트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유수의 VC가 운용하는 펀드에도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 리츠뿐만 아니라 브릿지론과 같이 다소 위험성이 큰 자산에도 투자했다.
◇ 자산만 3000억인데… 시총은 650억
22일 기준 삼정펄프 시가총액은 644억원이지만, 보유한 자산 총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이 각각 94억원, 226억원인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이 928억원으로 시총을 뛰어넘는다. 이는 보통 상장 주식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을 단기적으로 사고팔아 이익을 남길 목적으로 획득한 금융자산을 말한다.
삼정펄프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207억원, 35억원이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396억원에 달한다. 이 중 금융수익은 481억원으로 사실상 휴지 회사보다 자산운용사에 가까운 수준이다. 자산이 많고 당기순이익도 높지만, 주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주주 환원에 인색하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해 소액 주주 지분은 사실상 죽은 지분에 가깝기 때문이다.
삼정펄프는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한 차례도 없고, 현금 배당만 하고 있다. 1년 배당금이 1000원이지만, 이마저도 간헐적이다. 주가가 낮은 탓에 현금배당수익률은 4%에 육박한다. 최대주주는 전성오(24.52%), 전성주(13.09%), 전성기(12.5%) 삼 형제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지분 74.12%를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를 잘하고 있지만, 그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아 일반 투자자에겐 추천하기 어려운 주식”이라며 “국내 주식의 경우 자산주가 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