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법인보험대리점(GA)에 금융회사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금융 당국이 움직이고 GA를 통한 보험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을 위한 제반 상황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GA협회는 최근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을 위한 글로벌 심포지엄’에서 이르면 연말 보험판매 전문회사 제도 도입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판매 전문회사 제도는 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GA에 금융회사 수준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다. 보험사는 보험상품을 만들기만 하고, 판매전문회사는 보험사가 만든 상품을 판매 중개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보험판매 전문회사는 보험사와 사업비, 수수료율 등을 협상할 수 있다. 대신 불완전판매 등 1차 배상책임도 져야 한다.

보험판매 전문회사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는 2008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서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 관련 ‘보험업법’ 일부 개정이 추진됐지만 실패했다. 당시 보험사 등에서 GA의 영세성과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 등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2020년에도 보험업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보험연구원이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등 움직임이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금융 당국이 움직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보험판매 전문회사 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국회의원 출신인 김용태 보험GA협회장이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 기반을 임기 동안 마련할 의지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또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에 관심을 갖고 조만간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속설계사에서 GA로 보험 판매 무게가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과거처럼 강도 높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제작과 판매 분리가 활발해지면서 GA를 통한 영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보험판매 전문회사 도입을 위한 여건은 마련됐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