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으로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때 상속으로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이나, 유언이나 증여 계약 후 증여자의 사망으로 재산을 받는 ‘수유자’의 경우 상속세 신고·납부 의무가 생긴다. 1순위 상속인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다.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과 촌수가 가까운 자가 상속인이 된다. 촌수가 같은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공동 상속인이 된다. 상속이 이뤄질 경우 단순히 사망 후 이전되는 재산뿐 아니라 과거 가족 간 계좌 이체 내역 등도 파악 대상이 되므로 생전에 계좌 관리에 미리 신경 쓰는 게 좋다. 상속세 관련 주의 사항들을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10년 내 사전 증여는 상속 재산
3형제 중 장남인 김모(47)씨는 작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가족 전체를 대표해 상속세 신고 등 상속 처리 업무 전반을 도맡아 했다. 김씨 부친은 경기도 소재 아파트 한 채, 다가구 주택, 금융 재산 등을 합쳐 상속 재산 24억원가량을 남겼다. 작년에 세무 대리인을 통해 신고한 상속세는 약 2억원이다. 김씨는 연부연납(10년간 분납)을 신청해 매년 납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초 김씨는 세무서에서 상속세 세무조사 대상자로 통보돼 약 45일간 조사를 받았고, 10년 이내 가족 간 계좌 이동이 사전 증여(死前贈與)에 해당돼 상속세를 6000만원을 더 추징하겠다는 과세 예고 통지를 받게 됐다.
이런 일은 왜 발생했을까. 우선 김씨 부친과 모친 간의 거래가 문제가 됐다. 김씨 모친은 별다른 수입이 없이 부친 소유 다가구 주택의 임대 수입에 대한 통장 관리를 본인이 했다. 생활비, 공과금, 보험료 등을 편리하게 납부하기 위해 부친 계좌에서 모친 계좌로 계좌 이체를 계속해온 것이다.
세무서에서는 이런 금액 중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이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는 ‘사전 증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월 500만원 이하의 배우자 간 이체 금액은 생활비로 인정되지만, 그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가 아닌지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세무공무원은 부친이 모친에게 증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금액이 배우자 증여 공제 한도인 6억원 미만이라 증여세가 없더라도, 10년 내 사전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속 재산에 포함해 세금을 추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정상속재산도 찾아내
김씨의 막냇동생이 지원받은 금액도 문제가 됐다. 세무공무원은 부친이 막냇동생에게 계좌 이체한 내역 10년 치를 금융기관에서 받아 제시하며 입출금 내역을 소명하라고 했다. 동생 김씨가 미국 유학 중 송금받은 금액과 학비는 생활비로 인정됐다. 그러나 이후 국내로 들어와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2억원을 부친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이 지적 사항에 해당됐다. 세무서는 이것이 증여 당시 신고를 누락한 증여 재산에 해당한다며, 상속 재산에 합하여 상속세로 추가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국세청은 다음의 경우 미입증 금액을 상속 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계산한다. 우선 사망일 이전 1년 이내 재산 종류별로 2억원 이상 또는 2년 이내 5억원 이상 재산을 처분하거나 인출한 경우다. 둘째로 채무가 발생한 경우 그 사용처가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은 때이다.
이를 세법상 ‘추정상속재산’이라고 한다. 추정상속재산이란 일단 상속 재산으로 보되 납세자가 사용처를 입증하면 상속 재산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좌에서 피상속인 사망 직전 1년 이내에 2억5000만 원을 현금 인출하였는데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추정상속재산에 해당해 상속세를 추가 징수하는 것이다.
처분하거나 인출한 금액이 기준에 못 미쳐도 상속세를 추가 징수할 수도 있다. 추정상속재산은 소명 의무가 납세자에 있고, 추정상속재산이 아닌 재산 처분 등의 입증은 이론적으로 부친인 세무공무원에게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추정상속재산이 아니더라도 세무조사관이 의심스러운 인출 금액에 대해서는 상속인에게 기한 내에 소명하라고 유족에게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사전 증여 등으로 밝혀졌다면 상속세가 추가로 추징될 수 있다.
◇핵심은 생전 계좌 관리
김씨 부친이 상가를 4년 전에 5억원에 처분한 뒤 입금한 돈과 이후 사용처도 집중 조사 대상이었다. 이와 같이 사망 전 10년 이내 재산을 처분한 금액에 대해서도 세무서에서 집중 점검을 하니 유의해야 한다.
조사를 관할하는 고인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이 요구하는 소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조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또한 현금으로 인출하여 몰래 가족에게 넘긴 정황이 의심되는데 그 사용처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가족들의 계좌를 열람할 수도 있다. 상속세 신고 및 세무조사를 마치더라도 5년간 상속인의 재산을 사후 관리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당시에 발견되지 않은 숨겨 놓은 재산을 유족이 나중에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렇듯 상속 발생이 다가올수록 계좌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10년 이내 가족 간 계좌 이체는 국세청이 반드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자녀와 배우자에게 증여세 신고를 하더라도 10년 내 사망하면 증여 재산 가액이 상속 재산에 포함돼 상속세를 더 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상속세를 줄일 목적으로 미리 계속 반복적으로 계좌 인출을 한 경우,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나 경조사비 수준을 넘어선다면 국세청에서 반드시 소명하라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생전에 현금 인출의 사용처를 메모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