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계 6위인 무궁화신탁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경영개선명령은 적기시정조치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자산 건전성이나 자본 적정성 기준에 못 미치면,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해 부실이 커지기 전에 경영 개선을 요구한다.
무궁화신탁은 경영개선명령에 따라 유상증자나 자회사 정리를 비롯한 자체 정상화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이나 제3자 인수 등을 추진해야 한다. 또 이를 반영한 경영개선계획을 2025년 1월 24일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무궁화신탁은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불거진 뒤로 가장 취약한 신탁사로 꼽혀 왔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무궁화신탁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로, 경영개선명령 기준인 100%를 밑돌았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 고유계정과 신탁재산이 ‘도산절연’돼 있어 부동산 PF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도산절연은 고객자산을 보유한 업체가 파산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고객으로부터 취득한 자산에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다만 신탁사업 중 공사비 등을 활용하기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차입형 사업장’이나,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는 ‘책임준공형 사업장’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무궁화신탁 부동산 PF 사업장 가운데 차입형 사업장은 32개, 책임준공형 사업장은 35개다.
또 무궁화신탁이 공사 중인 차입형·책임준공형 사업장 가운데 분양이 진행된 사업장은 26개, 1378호다. 이 중 5개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약정이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나머지 21개 사업장도 사업장별로 계속 공사·완공을 추진하거나, 관련 법리와 신탁재산의 책임 범위 내에서 분양계약자의 권리가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무궁화신탁이 공사 중인 차입형·책임준공형 사업장의 시공자 39곳과 협력사 325곳도 수행한 공사대금이 원활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은 시공사나 협력사에는 금융권의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무궁화신탁 경영개선명령은 전체 신탁사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을 제외한 부동산신탁사 13곳의 평균 NCR이 지난 9월 기준 537.3%로 규제 수준(150%)을 크게 웃돌고 있고, 최근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한 만큼 다른 신탁사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